[길섶에서] 태종우(太宗雨)/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태종우(太宗雨)/문소영 논설위원

입력 2015-06-11 18:10
수정 2015-06-1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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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프게 물 줄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늙수그레한 농부가 그리 말했다. 6월 말에 하지 감자를 수확하려면 씨알이 굵어지는 지금쯤 물이 절실히 필요하다. 비 소식이 거의 없었던 탓에 조리를 들고 덤비는데, 해갈할 만큼 충분히 밭에 물을 댈 수 없다면 이런 극심한 가뭄에 몇 조리 정도 물을 줘서는 오히려 농작물이 피해를 당한다는 설명이다. 며칠 전 어설프게 물을 줬던 완두콩은 밑동부터 노랗게 타들어 갔고, 상추도 언저리가 불에 탄 자리처럼 노랗게 변했다. 그날 아침저녁으로 7시간 정도 조리로 물을 퍼 나르다가 몸살을 얻었다. 올 초 한반도가 20년 만에 가뭄 주기에 들어간다는 예보로 걱정했는데,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바닥을 드러낸다며 40년 만의 지독한 가뭄이라고 한다.

‘태종우’라는 이름의 비가 있다. 조선 태종의 기일인 음력 5월 초열흘날 내리는 비를 말한다. 주로 모내기 철에 오는 비의 통칭이기도 하다. 태종은 임종을 앞두고도 가뭄을 걱정하며 “옥황상제에게 빌어 한바탕 비가 오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승하하자마자 비가 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 태종의 기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니 6월 25일로 모내기철보다 너무 늦다. 단비야, 어서 와라.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6-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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