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부고(訃告)를 접했다. 올해 81세로 최근 세상을 떠난 한국전 참전 용사 월터 조브 브륄 2세는 생전에 자신의 부고를 직접 써놓았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사를 익살스럽게 담아낸 이 미국 할아버지의 부고를 읽다 보면 입가에 저절로 웃음이 번지면서 알지도 못하는 그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는 나빠지던 건강을 두고 “1935년 편도선이 브륄보다 먼저 죽었고, 1974년 척추 디스크, 1988년 갑상선, 2000년 전립선이 떠났다”고 썼다. 57년간 해로한 아내에게는 “이제 밍크코트를 살 수 있겠네. 반대하던 내가 죽었으니까”라며 슬픔에 잠길 아내를 웃겼다. 마지막으로 “장례식에 꽃을 가져오지 말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친절한 행위를 하라”고 부탁했다.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비통한 부고도 유머로 이 세상 가족과 이웃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인(故人)을 진심으로 추모하기보다는 장례식장에 올 문상객들을 위한 ‘초청장’과도 같은 우리의 부고와 사뭇 다르다. 평소 저렇게 해학을 즐긴 이라면 분명 멋진 남편, 훌륭한 아빠, 좋은 이웃이었으리라.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그는 나빠지던 건강을 두고 “1935년 편도선이 브륄보다 먼저 죽었고, 1974년 척추 디스크, 1988년 갑상선, 2000년 전립선이 떠났다”고 썼다. 57년간 해로한 아내에게는 “이제 밍크코트를 살 수 있겠네. 반대하던 내가 죽었으니까”라며 슬픔에 잠길 아내를 웃겼다. 마지막으로 “장례식에 꽃을 가져오지 말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친절한 행위를 하라”고 부탁했다.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비통한 부고도 유머로 이 세상 가족과 이웃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인(故人)을 진심으로 추모하기보다는 장례식장에 올 문상객들을 위한 ‘초청장’과도 같은 우리의 부고와 사뭇 다르다. 평소 저렇게 해학을 즐긴 이라면 분명 멋진 남편, 훌륭한 아빠, 좋은 이웃이었으리라.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2014-03-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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