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면회/정기홍 논설위원

[길섶에서] 면회/정기홍 논설위원

입력 2013-10-14 00:00
수정 2013-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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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감 중인 후배의 면회를 가자는 제안을 지인에게 했다가 다소 의외의 답을 들었다.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낼 수 있으니 형기를 마칠 때까지 보지 않는 게 좋겠다”며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좋지 않은 모습은 서로의 마음에 평생 잔영으로 남을 것이란 해석도 곁들였다.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 경제사범으로 구치소에 있던 친구의 면회를 갔었는데, 그는 청산할 제품을 몽땅 싣고 줄행랑을 친 한 임원에게 깊은 배신감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그를 볼 때면 당시의 쇠창살문과 분노한 표정이 눈에 선하게 와 닿는다.

수감자가 바깥세상이 그리워지는 건 인지상정. 수감 과정에서 일어난 첨예한 이해관계도 주마등처럼 스칠 것이다. 어느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수감 중에 면회를 왔던 이들을 잊지 않고 요직에 썼다는 얘기도 있다. 후배는 야속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형기 동안에 면회를 가지 않기로 했다. 그는 몇 개월 후면 출소다. 내 나름대로 배려해 내린 결정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2013-10-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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