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묵언/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묵언/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09-08-07 00:00
수정 200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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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는 옛말이 있다. 모름지기 말은 가려서 해야 하거늘 잘 지키지 못한다. 꼭 필요한 말들은 별로 많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쓸데 없는 말들을 하면서 에너지를 낭비한다.말에서 비롯되는 재앙은 얼마나 많은가.

일주일 동안 해남의 미황사에서 묵언(默言) 수행을 할 기회를 가졌다. 수행프로그램을 관장하는 금강 스님은 “말이란 자신의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묵언을 함으로써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서 문답시간 외에는 절대 묵언을 깨지 말 것을 당부했다. 꼭 필요한 말은 적어서 보여주도록 각자에게 작은 수첩이 주어졌다.

처음으로 해보는 묵언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이 다급해지고 신경이 거슬리는 순간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이러기를 몇차례 거듭하다보니 이내 익숙해졌다. 나중에는 말을 안하고 사는 게 오히려 편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참 많은 말을 하고 살았다. 지키지도 못한 약속들,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들을….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9-08-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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