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태일 50주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사설] 전태일 50주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입력 2020-11-12 20:42
수정 2020-11-1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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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흘렀지만 ‘전태일’이 곳곳에
택배·돌봄 등 필수노동자 보호해야

오늘은 서울 청계피복상가에서 새벽까지 재봉틀을 돌리던 ‘청년 전태일’이 “노동법을 지켜라”라고 외치며 몸에 불을 붙인 지 50주기가 된 날이다. 서울신문 탐사팀은 어제 시민들이 잠든 사이에 이뤄지는 ‘달빛 노동’의 현실을 보도해 ‘나의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전태일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각성제를 먹어 가며 밤샘 미싱에 내몰렸다가 과로사나 질병에 시달리던 어린 미싱공들이 21세기 노동현장에도 허다하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하는 노동자가 108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0.2% 정도라고 한다.

올 상반기 산재 사망자가 1101명으로, 이 중 적어도 148명이 야간노동자이며 주 88시간 근무에 내몰리고 있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사각지대가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면 전태일 분신 후 반세기가 흘렀지만 노동현장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야간노동자들의 삶과 노동 현장에 대한 통계는 2013년 고용노동부의 통계가 가장 최근 것이라니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사망과 질병, 사회적 단절 등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만 매년 2조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정의당은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사용자 등을 무겁게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서 회피한 부분을 보강하는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입법에 공감했다니 다행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박주민 의원실을 중심으로 법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다만 50인 미만의 기업은 배제한다고 하니 관련법 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길 바란다. ‘산재사망 없는 사회’를 위한 공감대는 상당히 형성됐다. 리얼미터가 서울교통방송(TBS) 의뢰로 전국의 150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8.2%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반대는 27.5%에 그쳤다.

아울러 당정청이 어제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협의회를 갖고 돌봄·택배·대중교통 근로자들의 건강검진이나 건강보험 등에 내년 예산 1조 8000억원을 배정하는 한편 생활물류법,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등을 제정하기로 한 것도 전태일 50주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등이 택배 및 배달 노동자들의 하루 근로시간을 정하고, 주 5일 근무를 할 수 있게 유도하며, 배달 수수료가 일정 수준 밑으로 하락하지 않도록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기로 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하는 시절에 정부가 노동자의 친구로 역할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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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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