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행평가 확대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

[사설] 수행평가 확대는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

입력 2016-03-04 18:04
수정 2016-03-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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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교에서 지필평가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성적을 매길 수 있게 된다. 중간·기말고사로 나눠 한 학기에 두 번 보는 지필고사 대신 논술형 평가나 수행평가 등의 방식으로 교과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지침을 개정하기로 하고 이런 내용의 지침을 각급 학교에 내려보냈다. 적용 여부나 시점은 학교 자율에 맡겼다. 학교장이 마음만 먹으면 이번 학기부터 사실상 모든 과목에서 수행평가로 성적을 평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교육부의 의도는 분명하다. 지식과 결과 위주의 평가가 아닌 학습과정 중심의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수행평가를 강화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충분히 읽힌다. 문제는 현실이다. 현행 성적 평가 방식은 지필고사를 위주로 하되 수행평가를 일정 비율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마저도 불만과 불신이 여간 높았던 게 아니다. 수행평가의 내용과 수준을 신뢰하기가 어려워 “평가를 위한 평가일 뿐”이라고 성토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다. 이런 사실을 교육부가 모르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한 교육업체가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4.7%가 자녀의 수행평가를 도와준다고 답했다. 분량이 너무 많고 어려워 자녀 스스로 해결하기 불가능하다는 이유가 압도적이었다. 그런데도 성적에 반영되니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고 부모들은 토로한다. ‘엄마 수행평가’로 전락해 불평등 교육을 심화시킨다는 불만이 높다. 교육부만 못 들은 척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교육 현장을 더 교란시킨다. 학령을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난이도가 큰 문제거니와 평가의 객관성은 또 무엇으로 담보할 텐가. 담당 교사의 주관적 평가에 편파 시비가 끊일 새 없을 것이다. 평가의 질적 수준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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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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