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일 新밀월, 냉정하게 대응책 서둘러야

[사설] 미·일 新밀월, 냉정하게 대응책 서둘러야

입력 2015-04-30 18:06
수정 2015-04-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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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강제동원과 식민지배 등 우리를 포함해 동아시아 각국에 입힌 깊은 상처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끝내 입을 다물었다. 대신 아베 총리는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1941년 일제의 진주만 공습으로 피해를 당한 미국과 미국민들에게 통렬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철저히 미국 입맛에 맞춘 지능적인 의회 연설이었던 셈이다. 미국 내 여론과 정치권의 환심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아베 총리 스스로는 성공적이고 실용적인 방미 외교였다고 자평할 것이다.

과거사 사죄를 거부해 동아시아 각국의 분노를 자아내긴 했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아베 총리의 이번 방미 외교를 통해 얻은 게 상대적으로 많아 보인다. 자위대 활동 영역의 팽창과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용인을 이끌어 낸 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전범국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직접 일본 단시인 하이쿠를 읊으며 아베 총리를 극진하게 환대했을 정도다. 미·일 양국은 ‘부동(不動)의 동맹’이라는 최상급 표현이 함축하는 바와 같이 역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운 신(新)밀월을 구가하고 있다. 양국의 공통분모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 외교판의 ‘뉴노멀’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미국과 일본은 동맹 강화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할 태세다. 외교, 군사, 경제 등 각 영역에서 미·일 양국과 중국 두 세력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그 두 세력 사이에 끼어 있다. 자칫 고래 싸움에 피해 입는 새우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사죄와 반성에 인색한 아베 총리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감정적으로 비난만 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전개되는 양상이 긴박하고 막중하다는 점에서 흥분과 분노를 가라앉히고, 냉정하면서도 발 빠르게 대응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새로운 동아시아 외교안보 환경은 경우에 따라 한반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 문제에서 우리만 소외되는 상황에 처해질 수도 있다. 미·일 신밀월 관계를 의도적으로 저평가한다면 외교적 고립에 빠질 수도 있다. 옛말에 지기지피(知己知彼)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과 일본의 의도를 먼저 간파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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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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