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정국에 미묘한 변화가 조성되는 듯하다. 긴장과 대결 국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사상 첫 북한 핵개발 관련 인물 제재 확정을 분기점으로 잦아드는 모양이다. 안보리의 결의 1874호 채택에 강도높게 반발했던 데 비하면 인물 제재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분명 수그러졌다. 북·미 간 뉴욕 채널도 가동에 들어갔고, 북한이 협상장에 나올 방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미국에서 나온다. 핵실험 정국이 추가 제재와 협상의 중대한 기로에 가까워져 있다고 본다.
북한이 협상의 장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더욱 엄중한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을 대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는 북한이 협상용으로 핵카드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 핵무기를 갖기로 선택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미국이 북한에 주는 또다른 메시지는 중대하고 불가역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은 북한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선택은 북한 몫이다. 미국은 북한이 취할 조치의 일부를 먼저 취하라면서 성의있는 조치를 촉구한다. 북한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미국의 메시지는 새로운 접근법 실행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경고일 것이다. 북한이 끝내 대결과 도발을 고집한다면 미국은 새로운 접근법을 실행에 옮길지 모른다. 접근법은 금융제재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시늉을 하면서 시간을 벌던 과거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는 23일 태국 푸껫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를 우리는 주목한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을 제외한 5자간 협의가 직·간접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협상 복귀 선언을 늦추면 북한에 가해질 제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2009-07-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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