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월 이후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외환위기는 일단 넘긴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11월말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세로 돌아섰고,경상수지가 10월 들어 흑자로 돌아서는 등 관련 지표들이 안정세로 접어든 데 따른 것이다.한미 통화스와프에 이은 한·일,한·중 통화스와프로 900억달러에 이르는 제 2외환보유고를 확보한 상황이다.전반적인 흐름상 화급한 달러유동성 문제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적어도 외환유동성 위기는 넘겼다.”고 장담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금융불안이 진정되고는 있지만 위험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국제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아직 풀리지 않았으며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돌발 악재가 나타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실물경제의 침체는 이제 막 가시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국내은행들의 단기외채 만기연장 문제도 남아 있다.대외 환경변화에 취약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종료 발언을 한 것은 시장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고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본다.그러나 정부당국자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어제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만에 1300원대로 올라섰다.이는 환율이 여전히 불안한 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 당국이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시장의 신뢰는 기민하고 효율적인 정책대응을 통해 얻어야지 말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정부가 일부러 불안감을 확산시킬 필요는 물론 없지만 섣부른 상황종료 선언 역시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그보다는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굳히고 환율을 안정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경제의 기초체력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절대 긴장감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2008-1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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