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북핵 문제,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볼 것인가/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북핵 문제, 언제까지 미국만 바라볼 것인가/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10-07 18:08
수정 2016-10-0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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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5일 전 세계 외교가에서 ‘저승사자’라고 불리던 로버트 아인혼 당시 미국 국무부 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이 한국을 방문해 가진 기자회견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는 서슬 퍼런 눈으로 대북 제재 강화는 물론 대(對)이란 제재에도 동참할 것을 요구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한국은 결국 이란과의 은행 거래를 중단하고, 이란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유 규모를 대폭 줄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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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지난 8월 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한 뒤 아인혼 전 조정관이 떠올랐다. 1990년대 초 국무부 부차관보로 북·미 미사일 협상을 주도했던 그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제재 강화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그는 최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역시나 ‘이란에 했던 것처럼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수준의 강한 제재’를 강조했다. 그런데 “압박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 김정은의 체면을 살려 주는 출구 전략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질문도 하지 않았는데 대북 협상론을 꺼내 든 것이다. 기자가 “6자회담이 멈춘 지 8년이 됐다”고 하자 그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키플레이어’인가”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북·미가 중요한데…”라고 하자 그는 “한국과 북한, 미국, 중국이다. 남북 양자 대화와 북·미 양자 협상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는 아인혼 전 조정관이 키플레이어로 한국을 먼저 언급한 것에 주목했다. 최근 미 재야에서 제기된 대북 협상론의 주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 북핵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을까.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미 조야에서 북핵 해법에 대해 백가쟁명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론, 대북 협상론, 선제타격론까지 쏟아진다. 그런데 그 어느 주장도 주어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미국이 용인해야 된다는 소극적 판단이 작용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미국이 갑자기 ‘바’(bar)를 낮춰 대북 협상에 나서면 어떡하나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을 바탕으로 제재 일변도인 미국에 맡기면 북핵 문제는 풀릴 수 있을까.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은 강경파와 대화파 양쪽에서 동시에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2009년 임기 초기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채찍으로 대응하다가 2012년 2월 북·미 합의가 결렬된 뒤에는 북한 문제에 거의 손을 놓았다. 게다가 중동과 유럽 문제, 이란 핵협상, 쿠바 관계 정상화 등에 쏠려 북한은 ‘찬밥’일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핵심이라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 의회 비준이 사실상 물 건너가는 상황이 되면서 미국의 아·태 지역 리더십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이 최근 TV 토론에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클린턴이 당선되면 단호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그러나 차기 미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내 문제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가 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 대통령이 바뀐 뒤 5~6개월간 이뤄지는 정책 검토 전에 우리 스스로 대북 정책을 가다듬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은 주변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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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lin7@seoul.co.kr
2016-10-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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