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실천은 독자만의 몫 아니다/이소영 서울대 4년·전 대학신문 편집장

[옴부즈맨 칼럼] 실천은 독자만의 몫 아니다/이소영 서울대 4년·전 대학신문 편집장

입력 2012-07-11 00:00
업데이트 2012-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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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좌우명은 ‘옳다고 믿는 일을 위해 수고하라.’이다. 옳음을 판단하는 것은 앎의 영역이지만 이를 ‘믿는’ 것은 신념의 영역이며, 나아가 이를 위해 ‘수고하는’ 것은 실천의 영역이다. 이 짧은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어려운 목표는 언론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주 서울신문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7월 7일 자 커버스토리 ‘발달장애인, 우리도 일하고 싶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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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이소영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4년
전체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장애인 지원현황 중에서도 지체장애인과 비교하면 사각지대에 있는 발달장애인 문제를 소재로 했다는 점이 참신했으며, 장애인의 경제 활동에 집중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소수자 문제를 다뤘다는 점, 발달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기사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는 점 등은 지난 옴부즈맨 칼럼에서 지적한 ‘정치·국제문제에 치중해 사회 약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며 기사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적절히 해소해낸 듯하다.

물론 해당 기사에는 아쉬운 점도 있다. 각각의 기사들은 유기적인 동시에 중복적이며, 제목에는 발달장애인의 ‘인권’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기사에서는 그에 관한 내용이 없는 등 2개 면을 할애했지만 관련 사항에 대한 폭넓은 정보를 담아내지는 못했다. 또한 최근 서울신문이 ‘위기의 베이비부머’(7월 6일 자) 등 참신한 레이아웃과 세련된 그래픽을 보여줬음에 비해 발달장애인 기사는 면 구성이 단조롭고 빡빡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이 기사를 평가하고 싶다. 그 이유는 정치인의 옷차림 하나, 명사의 트위터 발언 하나가 뉴스가 되는 이 시대에, 현재 사회적 이슈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 문제에 대해 일간지의 2개 면을 할애했다는 점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관련법은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항이며, 장애단체에서는 최대의 이슈이다. 이에 부응해 정부는 발달장애인 지원계획을 발표했고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이 19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발의됐지만, 해당 이슈는 대중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못한 상황이다. 기사에서 언급했듯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로 말미암아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특집기사는 발달장애인 문제를 이슈화하고, 제출된 법률안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 기사를 통해 발달장애인에 대한 미흡한 지원과 자립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 알려진다면, 이는 법안 제정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되며 설사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해당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발달장애인 관련 기사를 평가하는 이유다. 단순히 지면 안에서 그 생명이 다하는 기사보다, 막연한 이미지와 단편적인 정보만 제공하는 기사보다 실천을 유도하고 작은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 있는 기사가 좋은 기사다. 이것이 사회가 언론에 기대하는 역할이며, 언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위해 수고하는’ 방법이다.

언론이 ‘제4부’라고 불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단순히 입법·사법·행정을 견제할 수 있기 때문에, 혹은 필적하는 사회적 권력을 갖기 때문만은 아니다. 3부가 법과 정책을 제정·적용·집행한다면, 제4부인 언론은 자신의 판단이나 대중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방향을 제시하고 각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해내야 한다. 단순한 관찰자나 견제자가 아닌, 자신의 역할을 갖는 행위자로서 사회적 실천을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기사는 실천을 향한 괜찮은 한 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사 하나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코너를 마련해 정기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들어본다거나 각 분야의 알려지지 않은 쟁점 사안을 소개하는 등의 제안을 해 본다. 계류 중인 중요한 법안을 알리는 코너도 좋겠다. 어떤 방법이든, 언론의 활동은 실천과 맞닿아야 한다. 실천은 결코 독자만의 몫이 아니다.

2012-07-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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