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이애경 작가·작사가

[문화마당] 당신이 대한민국입니다/이애경 작가·작사가

입력 2014-02-20 00:00
업데이트 2014-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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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캐나다의 옐로나이프라는 곳에 다녀왔다.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의 주도인 옐로나이프는 북위 62.27도에 있고 약 1만 8000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작은 도시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오로라 관측지 중에서도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이애경 작사가
이애경 작사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설을 갖춰놓은 한 야영장.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되자 사람들이 바깥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영하 30도 이하의 날 선 추위지만 오직 한 가지, 하늘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축제를 보겠다는 마음으로 모두들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여행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등 아시아인들과 일부 미국인과 캐나다인들. 전문방한복과 특수 부츠, 장갑 등을 낀 탓에 거동이 부자연스러워 펭귄처럼 아장아장 눈 속을 걸어 다녔다.

태양에서 날아온 전자나 양성자가 대기권에 부딪히며 마찰이 생길 때 주위에 있던 산소나 질소가 타게 되는데 그때 발생하는 빛이 오로라다. 오로라의 등급은 0부터 9까지 있고, 그날 태양의 활동에 따라 좋은 오로라를 볼 수 있다. 운이 나쁘면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다행히 내가 갔던 날의 활동등급은 레벨 4. 꽤 활동적인 수준의 오로라였고, 춤추듯 펼쳐지는 오로라를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다음 날 눈 위에서 타는 이동수단인 스노모빌을 타기 위해 야영장을 방문했다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인들은 스노모빌 체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인종차별적인 이야기인가 해서 자초지종을 들어봤다. 얼마 전에 한국 관광객 중 한 명이 스노모빌 주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스노모빌이 불타버렸고, 야영장 측과 크게 다툰 뒤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도망가 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이용금지라고 했다. 사고를 낸 당사자의 입장을 모르니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은 할 수 없지만 그들에게 한국인은 무책임하고, 무례한 인종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해외 여행을 가는 여행자는 단순한 여행객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 사람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선수들만 대한민국이 아니라, 여권을 들고나가는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대한민국이고, 홍보사절이다. 대도시나 관광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의 오지마을이나 작은 소도시 사람들이 일생에 한 번 본 한국 사람이 바로 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주는 인상이 그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을 결정한다. 세계 경제력 15위, G20 국가라는 위상에 맞게 국민 개개인의 사고와 문화도 변해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강남스타일’ 때문에 전 세계의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알게 됐다. 그들이 그다음으로 직접 겪고 만나게 되는 대한민국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해외 여행을 다녔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 따뜻하고 정 많은 민족, 책임감이 있고 근면한 민족, 여유가 있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민족으로 인식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모든 의무와 책임은 우리 각자에게 있다. 우리가 바로 대한민국이기에.
2014-02-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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