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여성 참정권/곽태헌 논설위원

[씨줄날줄] 여성 참정권/곽태헌 논설위원

입력 2011-09-27 00:00
수정 2011-09-2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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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의회민주주의 발상지라는 영국에서도 여성 참정권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영국에서도 초기의 참정권은 일정한 금액 이상의 세금을 낼 수 있는 재산가 남성들의 ‘특권’이었다.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는 투쟁은 길고도 험난했다. 영국에서는 1860년대부터 존 스튜어트 밀과 같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여성의 참정권을 꾸준히 주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국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영국 여성운동의 상징인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1903년 여성사회정치연맹(WSPU)을 조직했다. 세 딸과 함께 여성 참정권 운동을 주도했다. 1908년에는 수감되기도 했다. 1913년에는 10여 차례나 단식투쟁을 통해 정부의 부당함을 폭로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의 투쟁도 과격해졌다. 여성들은 일부 공공건물을 파괴하기도 했다. 경찰서에 여성 시위자들이 넘쳐나던 때도 있었다.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정부는 전쟁기간 동안 노동력을 제공한 여성들의 공을 무시할 수 없어 국민대표법을 만들어 여성들의 정치 참여를 허용했다. 하지만 30세 이상의 여성에게만 허용된 불완전한 정치 참여였다. 남성과 똑같은 21세 이상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것은 10년 뒤의 일이다.

흑인노예제도가 있었던 미국에서의 여성 참정권 운동은 인간해방운동과 함께 진행됐다. 1848년 첫 여권(女權)대회가 뉴욕에서 개최됐다.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은 의회에 ‘여성 참정권법안’을 제출하는 등 체계적으로 활동했다. 미국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 21세 이상의 여성은 남성과 같은 참정권을 인정받았다. 여성의 참정권이 최초로 인정된 나라는 뉴질랜드(1893년)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제헌헌법에 남녀의 평등한 참정권이 보장됐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과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 첫 여성 민선 서울시장을 노릴 정도로 여성들의 힘은 커졌다.

여성 인권에 관한 한 세계 최하 수준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여성 참정권이 오는 2015년부터 허용될 것이라고 한다. 압둘라 사우디 국왕은 그제 “여성들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들의 차량 운전을 금지할 정도로 여권이 미약한 나라다. 어떤 독재자나 절대 군주도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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