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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窓] 별은 마음에서도 떠오른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별은 마음에서도 떠오른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입력 2011-04-30 00:00
업데이트 2011-04-30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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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빛이 고운 계절이다. 봄날 산 빛을 대하고 있으면 마음에 감미로운 음악이 흐른다. 창 너머 보이는 산 빛을 따라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춤인 듯 아닌 듯, 끄덕이는 고갯짓에 마음이 다 흥겨워진다. 이제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가장 여리게 미소 짓는 계절에 그는 꽃비를 맞으며 오셨다. 그래서 부처님의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꽃들의 향기가 나는 것만 같다. 모든 것을 다 아는 듯 그리고 모든 것에 만족한다는 듯 부처님은 그렇게 미소 짓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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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며 산길 멀리 마을까지 등을 달았다. 신도들과 함께 마음을 모아 등을 다는 일은 즐거웠다. 위대한 성인의 탄생을 경축하는 우리들의 작은 정성은 봄바람처럼 향긋했다. 등을 달고 밤에는 점등식을 했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함께 등불을 밝힌 산길을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걸었다. 어둠이 내린 숲에 등불은 마치 별처럼 고왔다. 하늘엔 별이 빛나고, 숲길엔 등불이 불 밝히고,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며 걷는 우리들의 마음에는 ‘마음의 별’이 새롭게 뜨고 있었다. 청정한 마음에만 뜨는 별을 우리는 그 순간 모두가 다 볼 수 있었다.

빛보다 빠른 번뇌의 행적만 가득했던 마음속에서 별을 발견한다는 것은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마음에 하늘의 별을 그려 놓으라고. 그리고 그 별이 마음속에서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집중하라고. 별이 보이느냐고 물었을 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예.”라고 크게 소리쳤다. 나는 그 별의 이름은 ‘마음의 별’이라고 말해 주었다.

별이 어찌 밤하늘에서만 뜨겠는가. 별은 내가 사는 동네 바닷가에서도 뜨고, 또 우리들의 마음에서도 떠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별을 맞이하기 위해서 고운 마음으로 살아갈는지도 모른다. 날마다 별을 떠올리기 위해 날마다 흐린 마음을 닦는다면 그것은 진정 아름답게 사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몇번이나 이렇게 맑은 마음의 순간과 마주할 수 있을까. 사는 것이 바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맑은 마음의 순간과는 마주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이런 맑은 마음은 집착을 버리고 한가로움을 얻은 사람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어느 날 한 스님이 조주 선사를 찾아와 물었다. “하루 24시간 동안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합니까?” 조주 선사는 답했다. “그대는 24시간의 부림을 받지만 나는 24시간을 부리고 있다네. 그대는 어떤 시간을 말하는가?” 집착하면 시간의 부림을 받지만, 집착을 버리면 우리는 시간을 부리고 살 수가 있다. 쫓기며 사는 사람들은 마음에 흐린 구름만 더 얹을 뿐이다. 구름 가득한 마음에서 어떻게 별을 떠올릴 수가 있겠는가. 집착하면 마음의 장난을 벗어날 수가 없다.

“마음이란 실로 변덕스럽고 요사스러워 이를 보호하고 다스리기는 매우 어렵다. 지혜로운 사람만이 그것을 다스려 바르게 한다. 마치 화살 만드는 사람이 굽은 화살을 펴듯이.” 부처님은 마음을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수시로 구름 끼고, 수시로 천둥 치는 마음에서 어떻게 맑은 마음을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집착하며 사는 것은 기와를 갈아 거울을 만들려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길을 걸을 때 나는 목적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목적지를 생각하면 내가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 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걷고 있는 한 걸음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먼 목적지가 주는 압박감을 떨칠 수가 있다. 이렇게 과정이 전부가 되는 삶은 우리를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부처는 우리 생명의 본래 모습을 구현한 사람이다. 우리와 부처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집착이다. 새벽에 별을 보고 깨달은 부처는 단순히 하늘의 별만을 본 것이 아니다. 마음의 별까지도 그는 함께 본 것이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산길을 걷는 우리들의 마음에도 그런 별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는 것은 이제 곧 부처님 오신 날이기 때문일까. 별은 이렇게 마음에서도 떠오른다.
2011-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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