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談餘談] 인맥 관리/정서린 경제부 기자

[女談餘談] 인맥 관리/정서린 경제부 기자

입력 2010-09-18 00:00
수정 2010-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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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人脈) 관리라는 말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다. 취재원을 자산으로 하는 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성정(性情)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쳐 생각해 봐도 인맥이라는 말이 마음에 턱 걸린다. 정계·재계·학계 등에서 형성된 사람들의 유대 관계라는 뜻인데, 사전에 나온 개념 자체가 특정 계층의 ‘그들만의 리그’로 벽을 세워두고 있다. 뒤이어 붙는 관리란 단어에는 사람에게 어떤 목적을 띠고 접근해야만 할 것 같은 불순함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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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린 국제부 기자
정서린 국제부 기자
인맥 관리를 다룬 처세서들도 이 점을 강조한다. 잘 다져놓은 인맥이 돈과 성공을 부른다는 얘기다. 제목에도 인(人)테크, 인맥 마케팅, 인맥관리 기술, 인맥 노하우 등 다분히 전략적인 용어가 포진해 있다.

실제로 맞는 말인 듯하다. 이른바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일수록 “인맥관리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평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최근 만난 한 금융계 임원은 자신의 남다른 인맥 돌보기를 강조하면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직에 있거나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을 챙기는 게 비법”이라고 했다.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에게 명절에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씩 보내면 상대가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는 실전 용례도 곁들였다. 어느 식사자리에서도 한 회사 임원의 철저한 사람관리 능력이 화제에 올랐다. 인맥 관리가 얼마나 철저한지 한 번 본 사람은 절대 잊지 않고 카드라도 꼭 보낸다고, 그런 사람이 결국에는 ‘한자리’를 하게 된다는 칭찬이었다.

물러난 사람을 돌아보는 배려, 한 번 맺은 인연을 계속 가져가려는 노력, 모두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최근의 인맥 관리는 신종 휴대전화를 시장에 내놓듯 내가 저 사람과 관계를 틈으로써 얼마나 생산성과 효율성을 낼 수 있는지, 그 관계가 내게 어떤 기능을 발휘해 얼마만큼의 성과를 돌려줄지를 노골적으로 따져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에 제조업에서나 쓰일 법한 단어들이 포개지고 돈이든 자리든 목적이 개입되는 순간 인간관계는 의무와 수단이 되어버린다. 자연스럽게 쌓이는 믿음과 정에 기대려는 것은 6년차 직장인으로서 너무 ‘나이브’한 생각인가.

rin@seoul.co.kr
2010-09-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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