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임시정부 기념일/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임시정부 기념일/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10-04-12 00:00
수정 2010-04-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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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1주년 기념일이다. 정부주관으로 기념식을 치른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날만 되면 아직도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은 4월11일이니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임시정부 수립일은 해묵은 역사논쟁거리가 됐다.

‘4월11일 설’은 임시정부가 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하이 프랑스 조계에서 구성됐으며, 임시의정원에 의해 임시헌장이 제정됐고, 대한민국이란 국호가 정해진 날이므로 이날을 수립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정수립 당사자인 임시정부가 1938년, 1942년, 1945년, 1946년 기념식을 이날 치른 것을 근거로 삼고 있다. 1945년 4월11일 임시의정원 속기록에는 ‘오늘이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 성립 제26주년 기념일이므로 의회개원식과 성립 기념식을 합병 거행한다.’라고 적었다. ‘4월13일’은 정부수립을 내외에 선포한 날이다. 헌장 제정일보다 정부수립을 선포한 날을 기념일로 정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주장에 따라 1989년 정부는 이날을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어느 쪽이 맞을까. 논쟁이 끊이지 않자 국가보훈처는 2006년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똑 부러진 답을 얻지 못했다. 4월11일 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추가적인 자료의 확보와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묻혔다. 관련 학회나 단체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념일을 바꾸면 예상되는 제2, 제3의 논란이 우려됐다.

두 쪽을 부정하는 의견도 있다. 4월11일도 아니고 4월13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당시의 임시정부는 국민·영토·주권이라는 국가의 3대 구성요소가 결여된 말 그대로 임시정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각처에 수립된 8개의 임시정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한 상해임시정부 수립일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1919년 4월23일 서울에서 수립·선포된 한성임시정부 수립일이나, 노령 임정과 상해 임정 등을 한성정부로 통합한 9월11일이 명실상부한 임시정부 수립일이라고 주장한다. 진보좌파성향 학설에 대한 보수우파의 도전장이다.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헌법전문은 명시하고 있다. 임시정부의 법통은 인정하면서도, 날짜 며칠 때문에 다투는 모습이 안타깝다. 프랑스의 정치평론가 레이몽 아롱은 ‘지식인의 아편’에서 “어설픈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역사의 진실을 어지럽히지 말라.”고 했다. 지난해 겪은 광복절 대 건국절 논란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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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10-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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