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성과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게임이론의 경연장이었다.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을 비롯해 ‘공익게임’과 ‘죄수의 딜레마’, ‘방관자 효과’ 같은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온갖 사회학적 기제들이 코펜하겐 총회에 총출동했다.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설파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환경위기에 대한 지구촌의 딜레마를 한눈에 보여준다. ‘어느 한 마을에 주민들이 공동 소유한 목초지가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 양들을 풀어 길렀고, 이를 통해 적당히 먹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한 청년이 양들을 더 들여와 목초지에 풀어놓았다. 양떼가 늘면서 당연히 그의 수입도 늘었다. 이를 본 다른 주민들도 앞다퉈 양들을 더 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양떼들로 뒤덮인 목초지는 결국 황폐해져 버렸고, 풀도 양도 모두 사라졌다.’ 양떼를 먼저 풀기 시작한 선진국과, 이를 좇아 더 많은 양들을 풀고 있는 개도국간 싸움과, 이로 인한 지구촌의 비극을 말해준다.
제한이 필요하고, 누군가 나서야 하지만 여기엔 결정적 장애물이 놓여 있다. 이른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범행을 신고할 확률은 떨어지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많을수록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의 딜레마이자, 무임승차 욕구의 발현이다. 협동의 필요성엔 모두가 공감하지만, 누구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결실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동등한 협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만약 축의금을 모두가 익명으로 낸다면, 시간이 갈수록 축의금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공익게임의 딜레마다.
이런 게임이론의 딜레마에 맞서 상호 공존의 확률을 높일 전략모델들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숱하게 등장했다. 상대의 호의에는 호의로, 배신엔 배신으로 대응하는 것이 제한적이나마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호혜적 이타주의’ 등 인류의 사회학적 진화를 설명하는 모델들도 수두룩하다.
신이 냈을지언정 인류가 제 운명을 걸고 풀어야 할 난제가 기후위기다. 답안 작성을 1년 미뤘지만, 공동의 답안지를 쓰기엔 60억 인구가 너무 많아 보인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설파한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은 환경위기에 대한 지구촌의 딜레마를 한눈에 보여준다. ‘어느 한 마을에 주민들이 공동 소유한 목초지가 있다. 주민들은 이곳에 양들을 풀어 길렀고, 이를 통해 적당히 먹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한 청년이 양들을 더 들여와 목초지에 풀어놓았다. 양떼가 늘면서 당연히 그의 수입도 늘었다. 이를 본 다른 주민들도 앞다퉈 양들을 더 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양떼들로 뒤덮인 목초지는 결국 황폐해져 버렸고, 풀도 양도 모두 사라졌다.’ 양떼를 먼저 풀기 시작한 선진국과, 이를 좇아 더 많은 양들을 풀고 있는 개도국간 싸움과, 이로 인한 지구촌의 비극을 말해준다.
제한이 필요하고, 누군가 나서야 하지만 여기엔 결정적 장애물이 놓여 있다. 이른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범행을 신고할 확률은 떨어지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많을수록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의 딜레마이자, 무임승차 욕구의 발현이다. 협동의 필요성엔 모두가 공감하지만, 누구나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결실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동등한 협동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만약 축의금을 모두가 익명으로 낸다면, 시간이 갈수록 축의금은 늘어날까, 줄어들까. 공익게임의 딜레마다.
이런 게임이론의 딜레마에 맞서 상호 공존의 확률을 높일 전략모델들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숱하게 등장했다. 상대의 호의에는 호의로, 배신엔 배신으로 대응하는 것이 제한적이나마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호혜적 이타주의’ 등 인류의 사회학적 진화를 설명하는 모델들도 수두룩하다.
신이 냈을지언정 인류가 제 운명을 걸고 풀어야 할 난제가 기후위기다. 답안 작성을 1년 미뤘지만, 공동의 답안지를 쓰기엔 60억 인구가 너무 많아 보인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2009-12-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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