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이지만 비선호시설이라는 이유로 시설물 입지선정 때마다 지방정부와 주민 간의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시설이 적기에 건설되지 못하는 사례도 빈발한다. 지방정부와 주민 간의 갈등현상은 생활에 커다란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갈등과 분쟁이 계속되면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낭비로 이어져 막대한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낳는다. 동일한 시설물이 입지될 때마다 주민의 저항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선호시설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이미지 확대
김도희 울산대 행정학 교수
닫기이미지 확대 보기
김도희 울산대 행정학 교수
다음으로는 시설건립추진과 관련, 지방정부의 대응행태가 어떠했느냐에 달려 있다. 부지 선정단계부터 민주성을 확보하였느냐 아니면 밀어붙이기식 행정행태를 보였느냐로 인해 주민들의 감정이 격화되기도 한다. 처음에는 비선호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반대를 하였지만, 주민참여 원칙 아래 단계별로 시설을 추진할 경우 주민의 감정이 완화되면서 시설입지에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 울산 울주군의 돈사건립 추진과정에서 발생된 주민과의 갈등을 보면 비선호시설의 입지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직시할 수 있다. 지난 6월 울주군청 앞에서는 두서면 차리마을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마을 한가운데 기업형 축사건립 허가가 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마을에는 이미 돼지 축사가 운영되면서 오랜 세월 오폐수 유출과 악취·소음·분뇨로 인한 수질오염 등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돼지축사 바로 옆 부지에 건축허가가 나게 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신규 허가가 난 지역은 경사가 심한 데다 이미 30여년 전부터 조림사업을 실시할 만큼 산사태 위험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주민들은 축사 주인이 폐사한 돼지를 불법적으로 매립하고 있다면서 건립허가 취소 민원을 제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돈사건립추진반대위원회까지 구성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돈사건립을 둘러싼 주민들과의 갈등이 과연 적법한 절차에 따른 허가승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을까? 사건의 결과를 보면 이에 대한 의문이 바로 풀린다. 주민들의 집회 등으로 조사에 나선 경찰이 4곳에서 폐사한 돼지의 매립을 발견했고, 허가조건상에도 문제가 발견됐다. 허가 당시에는 소축사로 허가받았으나 돈사로 건립하였고, 부지의 경사도 역시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돈사 주인의 모든 증언이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지난 7월에 행정당국은 건립허가를 취소했다.
돈사 건립을 둘러싼 갈등사례에서 보여주듯이 시설 입지정책 갈등은 가치배분적 측면과 집단들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갈등이 제기된다. 특정 계층의 희생으로 다른 계층이 혜택을 입는 시설의 입지 선정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시설입지로 짐은 주변 모두가 함께 지는 반면, 혜택은 특정지역에 국한될 때 가치배분의 불공평으로 갈등의 원인이 된다. 향후에라도 이와 유사한 갈등으로 인한 행정낭비를 줄여 나가기 위해서는 행정당국의 적극적이고 신중한 행정처리 자세가 요구된다. 비선호시설 입지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민주성의 확보가 중요한 행정이념으로 작용하는 만큼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행정당국의 빠른 민원처리도 좋지만 환경오염, 시설자체의 위해성이 예기되는 시설건립의 경우에는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철저한 분석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김도희 울산대 행정학 교수
2009-10-20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