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집권 이후 정치개혁 과제의 하나로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해 왔다. 이명박 정부는 지방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지방 민주주의를 저하시키지 않고 주민의사를 반영하며,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는 존중하며, 통합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많이 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3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가적 효율성을 위한 지방 행정구역 개편 시도는 그리 간단하지도, 또 성급하게 밀어붙여서도 안 되는 과제임이 분명하다. 세종시 문제를 보더라도 더욱 그렇다. 세종시 문제는 현재 합리적 논의가 불가능할 정도로 표류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합리적 행정개혁 간의 상쇄관계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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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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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행정구역 통합에 관한 몇 차례 공청회에서 뾰족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행정체제 개편은 기초단체의 자율적 통합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지방분권의 내실을 먼저 다지자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행정체제 통합의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의 쟁점과 연관될 때 부작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선거정치의 입김을 얼마나 배제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경남지역 행정구역 통합 문제도 각 지자체의 입장차이로 지지부진하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남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 전에 마산·창원·진해를 통합하려면 늦어도 선거 6개월 이전에는 주민들의 의사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지역 의원들은 행자부의 ‘마창진’ 통합광역시 추진 시사 발언에 반대의견을 내는가 하면, 지역의 시민단체는 마산·창원·진해는 연담도시로 교통문제와 공동소각장, 문화시설 등과 같은 시설에 중복투자가 너무 많은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공개토론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빛이 다소 바랬지만 노무현 정부가 내놓았던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프로젝트가 다시 떠오른다.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던 지방자치제가 일정 기간 실현되었지만, 중앙-지방 간의 불균형 관계가 별로 해소될 것 같지 않았고, 행정개편 역시 정치권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이는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의 거시 프로젝트의 방향은 잘 조준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치가 현실의 무게를 넘어설 수는 없는 법, 이후 노무현 통치기는 중앙과 지방의 헤게모니 투쟁으로 바뀌었다. 노무현 프로젝트는 그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중앙 권력의 막중함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함으로써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의 미숙과 실책, 그로 인한 반대급부로 집권하게 된 이명박 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남달랐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몇차례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 다소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든 듯한 것도 실로 다행이다. 하지만 이전 정권의 실책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고 냉철하게 국가의 미래를 주시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행정구역 통합이나 개편의 전체적 방향과 청사진이 가감없이 국민에게 제시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참모들이 행정통합의 복잡한 측면과 그 미래보다는 예산지원 인센티브를 유독 강조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만에 하나 그 당근에 정치적 이해득실이 가미된다면 그 결과는 이전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변혁적 차원’에서 시도된 노무현 정부의 프로젝트가 현실과 비용의 측면을 과소평가함으로써 실패했다면, 이명박 정부의 행정통합추진은 간과되었던 그러한 비용은 고려하되, 단기적 정치권의 이해득실과 경제적 인센티브에만 치중함으로써 더 큰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제 본연의 탈(脫)정치 실사구시가 절실한 대목이다.
강문구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09-09-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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