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황사의 공습/노주석 논설위원

[씨줄날줄] 황사의 공습/노주석 논설위원

입력 2009-03-17 00:00
수정 2009-03-1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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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황사현상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서기 174년의 일이다. 흙이 비처럼 내린다고 하여 ‘우토(雨土)’라고 표기했다. 고려시대 기록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더니 조선왕조실록에는 ‘토우(土雨)’라는 새로운 조어를 만들었다. 흙비다. 황사(黃沙)는 일제시대이후 쓰였다.

황사는 한때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의 전령’ 꽃소식과 더불어 북쪽에서 전해지는 또 다른 ‘봄의 불청객’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경유지 중국이 ‘세계의 굴뚝’으로 산업화하면서 단순한 모래먼지에서 온갖 오염물질로 코팅된 불량 먼지입자로 변했다. 한번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에 떠도는 미세먼지의 규모는 약 100만t이고, 그 중 한 반도에 쌓이는 양은 15t짜리 덤프트럭 4000∼5000대 분량이라고 한다. 유·무형의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7조 3000억여원에 이른다는 관련기관의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지구온난화로 발원지의 사막화가 가속화되면서 한반도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지고 있다. 발원지의 면적은 사막이 48만㎢, 황토고원 30만㎢로 한반도 면적의 4배 어림이다. 가깝게는 만주벌판에서 멀게는 5000㎞ 떨어진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피어오른 모래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높이 솟았다가 대기중에 퍼진다. ‘황사의 수수께끼를 풀다’를 쓴 이와사카 야스노부 가나자와대학 교수는 475㎞ 상공까지 부유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황사의 정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비를 내리는 씨앗이 되기도 하고, 바닷속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지구의 기온을 결정하는 요소의 하나일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주목받는다. 하늘 높이 떠있는 황사는 엷은 막을 형성하여 구름과 마찬가지로 태양에너지를 반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구온난화 억제에 기여하는 셈이다.

초대형 황사가 어제 한반도를 공습했다. 전국에 황사예비특보가 발령됐다. 올 들어 3번째다. 시민들은 황사마스크로 무장하거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전대미문의 경제빙하기에 멍든 시민들의 마음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더 뿌옇게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2009-03-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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