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 무엇을 위한 구역개편인가/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시대] 무엇을 위한 구역개편인가/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08-10-28 00:00
수정 2008-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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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과 계층구조 개편은 우리의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엄청난 문제다. 그러나 구역개편의 심연에 내재하고 있는 그 폭풍과 같은 파장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감각적으로 주장을 전개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의 구역은 일제의 잔재이며 100년이 넘은 낡은 것이라는 말은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우리의 군역은 일제의 잔재가 아니다. 천년이 넘게 삶의 역사를 기록해온 터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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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의 평균 인구는 20만명이다. 미국의 1만 4400명, 프랑스의 1600명, 독일의 5400명보다 더 많다. 일본에는 1784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지만 시(市)를 제외하면 정·촌(町·村)이 1022개이고, 그 평균 인구는 1만 1940명이다. 그러나 가장 오랜 문제이면서 가장 현실적 문제인 구역을 다루는 데에는 공통원칙이 있다. 획일적 구역개편은 해서도 안 되지만 할 수도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서적 기준이 중요하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원칙도 기준도 없이, 이 어려운 시기에 구역개편으로 국민적 갈등을 폭발시키는 악재를 왜 들고 나온 것인가. 백리 길이 넘는 영동, 보은, 옥천, 금산을 하나로 통합한다면 통합시의 명칭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통합시의 중심지는 어디로 정할 것인가. 지역의 이름을 고수하려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지명(地名)은 ‘역사의 기억장치로 들어가는 출입구’이며 그 자체가 문화재다.

문제는 산 넘어 산이다. 통합시청 건립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다. 도 폐지, 시·군 통합에 따른 업무 재 분장, 조직과 인사의 통합,100개도 넘는 공부정리 등등에 소요되는 천문학적 인력과 경비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교육청과 경찰청 등 무수한 도 단위의 기관들은 어디에 배치하며 그 기능은 어떻게 조정하나. 통합시는 너무 광대해 생활 행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시·군(청사)에 출장소를 개설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 결국 도를 쪼갠 셈이 된다. 재정자립도 10%인 군 4개를 통합하면 자립도가 40%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통합시는 지금까지 도가 수행하던 광역행정기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수 없어 많은 기능이 국가로 회수될 것이다. 이는 결국 현장에 국가의 직접 개입을 초래하고 획일화와 중앙정부의 업무 과부하를 낳아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

도 폐지 대신 3~4개의 ‘광역행정청’을 두고 여기에 의회를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 안은 대통령의 통치권과 국회권한 상당 부분의 이양을 전제로 한다.‘소통령’이 이끄는 지방청이 3국 분할 구도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소위 ‘광역행정청’은 자치기구가 아닌 국가 직속의 특별행정관서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시 중앙집권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도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현재 도가 수행하고 있는 기능의 상당 부분을 시·군에 이양하고, 도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을 이양받아 처리하도록 개편해야 한다.

통합시에서 악성 종양처럼 해를 끼칠 소지역이기주의도 문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이쪽저쪽을 따지는 모습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시장선거, 의장선거, 공무원 인사, 각종 위원회 구성, 정책 결정, 모든 분야에서 분쟁과 갈등, 질투와 반목으로 대립할 것이다. 문화원장, 상공회의소장 하나 뽑기도 어려울 것이다.

물론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는 지역은 시급히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경계조정과 전면적 구역개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정주권이 같고 역사적 뿌리가 같은 지역의 통합은 적극 장려해야 하지만, 공동체로서의 역사가 다른 농촌지역을 획일적 기준으로 통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의 잣대로 정체성이 해체되고 일체감도 구심력도 없는 물리적 토목공간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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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2008-10-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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