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스스로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 누구보다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그들이 나 몰라라 내팽개치고 있는 것이다.40여일 늦게 지각 개원한 것도 모자라 아직까지 원구성을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국회법에는 6월초까지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네탓 공방만 계속한다. 여기에 청와대까지 가세하다 보니 원구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어제 “8월 임시국회를 열어 5일 이후 원구성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야당이 순순이 응할지도 미지수다.
청와대 개입은 여야가 단초를 제공했다. 국회는 장관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난달 11일 요청받고도 20여일 동안 허송세월했다. 청문회법 상 장관 인사청문회는 상임위에서 하도록 되어 있다. 청와대는 5일까지 청문경과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6일쯤 임명장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청와대를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법과 원칙에 관한 것으로 이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청와대측의 주장은 옳다고 본다. 국회에선 법보다 여야 합의가 최우선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같은 관행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법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여야가 원구성을 놓고 샅바싸움하는 모습은 그만 연출해야 한다. 적어도 국민을 생각한다면 하루빨리 원구성을 매듭짓기 바란다. 마냥 실랑이나 벌일 만큼 한가롭지 않다. 국회 의안과에 제출된 법률안만 500여건에 이른다.7월1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정부의 ‘고유가 민생종합대책’도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관련법 개정과 추가경정예산 처리가 늦어지는 탓이다. 국회가 직무유기를 하는 사이 국민들만 더 골탕먹는다. 말로만 민생을 외쳐대지 말라. 실천을 통해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그 첫단추는 여야 합의에 의한 원구성이다.
2008-08-0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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