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카파라치/함혜리 논설위원

[씨줄날줄] 카파라치/함혜리 논설위원

함혜리 기자
입력 2008-07-19 00:00
수정 2008-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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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잇따라 날아 온 교통위반범칙금 청구서 때문에 무척 분개했던 기억이 있다. 기재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함정 단속에 걸린 게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버스 전용차로 시작되는 지점에서 차선을 바꾸기 직전에 같은 위치에서 찍힌 경우가 두번이나 됐다. 교통법규 위반을 전문으로 적발하는 ‘카파라치’의 카메라에 딱 걸린 것이었다.

2001년 3월 교통법규 위반차량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도가 도입된 뒤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 이른바 ‘카파라치’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도로상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기 딱 좋은 취약지점에 망원렌즈를 맞춰놓고 있다가 위반차량을 ·찍고 신고해 포상금을 챙겼다. 월 평균 6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월 2000만원까지 버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갑작스레 늘어난 카파라치 때문에 신고건수도 크게 늘어나 430만건에 이르렀다. 카파라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원성도 자자했다. 결국 경찰청은 2003년 1월 효과보다는 문제점이 더 많다는 결론 아래 이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카파라치는 사라졌지만 선파라치(부정·불법선거), 식파라치(불량·위해식품),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노파라치(노래방 불법영업) 등이 등장해 활동하고 있다. 비법을 전수하는 사이트도 있다.

정부가 교통안전 종합시행계획의 일환으로 교통법규위반 신고보상제를 내년부터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자격을 갖춘 시민단체 회원만 신고할 수 있고, 신고대상 지역도 경찰청이 지정한 사고다발지역으로 제한하는 등 과거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았던 ‘어두운 제도’를 굳이 다시 도입해야 하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문제고, 순수하고 자발적이어야 할 시민감시 기능을 돈으로 사겠다는 발상도 문제다. 단속효과는 관련 부처나 기관에서 누리지만 과태료 및 신고포상금 지급금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그보다는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시민의식을 강화하고, 준법정신을 독려하면서 도로 등 교통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08-07-1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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