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신뢰와 공감 얻어야 소통된다 / 금희조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신뢰와 공감 얻어야 소통된다 / 금희조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입력 2008-06-03 00:00
수정 2008-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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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조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금희조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최근 몇주간 국민들의 우려 속에 한국 언론을 달군 이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수입조건에 관한 장관 고시를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을 사과했고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 촛불시위는 더욱 격화되고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겹쳐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부와 언론 모두 국민 요구와 시대적 변화에 발맞추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광우병 이슈를 계기로 정부와 언론 모두 소통 이전에 사회적 신뢰와 가치를 돌아보기 바란다. 신뢰와 공감이 없는 소통은 존재할 수가 없다. 신뢰와 공감하는 가치가 없는 상태로 정부가 국민과 소통을 아무리 시도해 봐야 갈등은 악화될 것이다. 세계적 석학 후쿠야마는 신뢰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보편적인 규범에 기초하여 예측가능하고 정직하며 협력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때 형성되는 것이며 이는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라고 했다.

정부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신뢰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들과 민주적 소통을 먼저 단절한 셈이다. 정부는 더이상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경찰을 동원하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직하고 투명하게 국민과 정보를 공유하고 국민들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절실하다. 정부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감시하는 책임은 언론의 몫이다. 지난 4월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시점에서 그 과정에 관해 꼼꼼하게 따져 묻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언론이 일찍부터 협상과정에 관해 좀더 깊이 있는 보도태도를 보여줬다면, 정부도 졸속협상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고 국민들의 오해도 줄었을 것이다.

언론은 정직하고 투명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시에 국민들의 요구를 정부가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주 서울신문은 많은 지면을 촛불집회에 할애했지만,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고 분석하는 데는 소홀한 것 같다. 촛불집회 관련 대다수 기사는 몇 명이 어디에 왜 모여서 어떻게 해산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30일자 2면에 시민들의 주장에 관한 짤막한 기사들이 눈에 띄지만 상세한 보도에는 소홀했다.

촛불집회의 피켓과 플래카드 문구는 사회 변화를 읽게 해 준다. 경제성장에 우선을 두는 정부와 삶의 질과 건강을 포기할 수 없다는 시민들 사이의 가치관 차이가 드러난다. 정치학자 잉글하트는 세계적으로 가치의 중심이 경제성장과 안보를 우선시하는 물질주의에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후기 물질주의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사한 경제성장을 이룬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후기 물질주의로의 가치관 변화가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지만 그 추세는 마찬가지다. 국민들 사이의 가치관 변동을 정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언론은 이제 정치적 이념의 틀로 사안을 다루기보다, 국민들의 소리와 시대변화를 충실하고 깊이있게 보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광우병 보도에 관해 다시 한번 더 지적하고자 하는 점은 언론인의 전문성 결여다. 광우병 이슈는 다양한 과학적 분석과 전문적 소견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한국의 언론은 ‘전문기자’를 키우는 데 소홀했고,‘종합기자’를 양산해 온 것이 현실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종합기자만으로 구성된 언론이 과학적 분석과 전문적 해석보다는 광우병 관련 정부의 입장과 반대 입장을 단순하게 대비시키는 보도를 하면서, 독자들은 무엇이 정확한 정보이고 무엇이 정치 공세인지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 있다. 정부와 언론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민의 가치관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신뢰를 얻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금희조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
2008-06-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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