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월선’의 꿈/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월선’의 꿈/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8-05-01 00:00
수정 2008-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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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는 여전히 평온한 봄일까. 박경리 소설 ‘토지’의 무대다. 박경리가 며칠 전 쓰러졌다. 얼마 전 신작시를 발표했던 그다. 그는 삶을 놓을지 모른다고 예감했던 것일까. 하지만 쇠잔한 육신이 절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하다 이리 편한 것을/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옛날의 그집) 보내는 삶은 가슴 속 그리움의 현현이었을까.‘어머니 생전 불효막심했던 나는/사별후 삼십여 년/꿈속에서 어머니를 찾아 헤매었다’(어머니)

삶이란, 사랑이란 놓으려 할 때 더 청정해지나 보다. 소설 속 월선의 죽음을 배웅하는 용이의 모습이 선명하다. 서로 떨어져 등이 휘도록 서럽게 살았지만, 평생 그리워했다. 마음으로 사랑했다.“방으로 들어간 용이 월선을 내려다본다.…‘우리 많이 살았다’‘야’‘니, 여한이 없제’‘야, 없십니다’‘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기름떨어진 호롱의 심지처럼, 기름 아닌 심지를 태우면서도 죽지 못하고 용이를 기다렸다던 월선이다. 박경리가 쾌차할 수 있을까. 차분했던 음성을 다시 듣고 싶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2008-05-0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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