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숭례문 소실 보도와 언론의 책무/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옴부즈맨 칼럼] 숭례문 소실 보도와 언론의 책무/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입력 2008-02-12 00:00
수정 200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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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다섯 시간이 넘도록 불타는 모습을 지켜 보아야 하는 심정은 참으로 충격적이고 참담하다. 처음에는 지붕에서 새어 나오던 연기가 점점 더 커지고, 두어 시간 후에는 시뻘건 불길이 솟아 나오더니, 이른 새벽에 커다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아직도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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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600여년 동안 서울 한 복판에서 그 위용을 자랑하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이 된 숭례문이 이처럼 허망하게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탁월한 건축술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숭례문을 물려 준 우리 조상들은 무슨 낯으로 대할 것인가. 후손들이 21세기 초반에 문화강국,IT 강국을 자랑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서울 한 복판에서 숭례문 하나를 지키지 못하였는지 묻는다면 무어라 대답할 것인가?숭례문의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기대하며 서울을 찾는 외국의 관광객들에게는 무어라 설명할 것인가?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서울신문은 광화문에서 서울시청에 이르는 구간을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명품 보행로’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을 보도한 바 있다. 따지고 보면 숭례문은 광화문에서 시청광장을 마주 보는 덕수궁에 이르는 통로의 끝자락에 있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숭례문은 서울의 중심인 것이다. 숭례문이 ‘명품 보행로’의 한 축이 되기도 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은 참담한 비극이다.

서울신문은 설 연휴 전전날인 2월4일 자에서 지난 3년 간 설 연휴 기간 4700여건의 화재와 교통사고가 발생하였고 특히 그 중 화재는 900여건이나 되었음을 전면을 할애하여 보도하였다.‘느슨해진 안전’과 ‘다가오는 사고’를 염려하고 설 연휴 기간 중에 각종 사고와 안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기는 하였지만 아무도 숭례문 소실의 참사를 예견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숭례문이 소실되는 모습을 지켜본 시민들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처음 화재가 발생한 당시 왜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였는지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목조건축물의 화재에 대한 소방당국의 준비와 대처는 어떠하였는지? 화재 발생 초기에 상황판단은 적정하였는지? 소방호스로 분사되는 물로는 잡히지 않는 불길을 진압하는 다른 방안은 없었는지?

문화재청의 책임도 문제이다. 목조건축물인 숭례문에 왜 그 흔한 화재감지기와 스프링클러와 같은 예방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는지? 오래된 목조문화재의 건조에 대비하여 목재의 표면에 방염처리를 하는 등의 보호책은 왜 하지 않았는지? 숭례문을 관리하는 서울시와 중구청의 책임도 막중하다. 일반인이 누각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충분한 방책을 왜 하지 않았는지? 휴일과 야간의 관리가 어쩌면 그토록 허술하였는지? 화재의 위험성을 체크하고 대비하는 안전점검을 실시한 적은 있는지?

숭례문의 소실은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기록될 만한 ‘대사건’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관련부서의 공직자들은 이번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둘러싸고 이러 저러한 이유를 들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치부하여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커다란 ‘대사건’을 보도하는 서울신문은 소실된 숭례문을 다시 복원하는 심정으로 이 화재의 전모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관련된 모든 기관과 최고위 책임자에서부터 고위관리자, 중간관리자 그리고 실무자에 이르는 담당 공직자의 크고 작은 책임을 철저하게 규명하여 독자에게 전달하기 바란다. 숭례문의 소실은 ‘인재’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인재’라고 포괄적으로 치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무와 책임을 소홀히 한 해당 공직자들의 과실과 태만, 그리고 무능을 철저히 가려내어 엄정한 처벌을 하는 것만이 ‘죽은’ 숭례문을 진정으로 다시 ‘살려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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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2008-02-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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