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을 점수 표시 없이 단순히 9등급으로만 나눈 ‘단순등급제’에 대해 갈수록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인 수험생·학부모·변호사들은 올 대학입시에 수능 등급제 적용 중지를 요구하는 행정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고, 학부모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은 수능 채점 결과를 밝히라는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대학총장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그런가 하면 수험생의 86%가 ‘단순등급제’에 부정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며, 수리 가 영역에서 98점을 맞은 학생이 2등급을 받은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집권세력 일부와 교육당국, 이에 호응하는 일부 교원단체를 제외하면 교육 각 부문이 이처럼 ‘단순 등급제’를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대입 역사상 최악의 혼란이 벌어진 마당에, 여전히 그 책임을 대학들에 떠넘기거나 제도변경 과정의 금단현상쯤으로 그 의미를 축소하는 궤변을 늘어 놓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아니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단순 등급제’ 폐해가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그제 TV 2차토론에 나온 주요 대선후보들이 한결같이 현 대입제도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 내에서도 내년 입시부터 수능 등급과 함께 표준점수·백분위를 공개하는 2007년형으로 제도를 되돌리는 데는 법적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등급제’는 머잖아 바뀌겠지만 당장 급한 것은 일선고교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일이다. 교사들은 내년 입시지도 계획을 짤 수 없다고 고민하고, 학생·학부모들은 우왕좌왕한다. 교육당국이 2009학년도 수능을 개선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지금이라도 시인하는 것이 그 혼란을 최소화하는 길이 되리라 믿는다.
2007-12-13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