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이 또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차별시정을 신청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 여부를 판정받기도 전에 계약 해지로 직장을 잃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은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명령에 대해 사용자측이 보복인사를 가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차별시정 심의기간 중 고용계약 만료를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하면 구제할 방법이 없다. 지난 7월 말 정규직에게는 소 도축을 맡기고, 비정규직은 외주업체로 소속을 바꿔 돼지 도축을 맡도록 종용하자 차별시정을 신청한 이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지난 6년간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측의 보복 계약해지임이 분명하다.
비정규직보호법은 법 시행에 앞서 적용대상 사업장들이 비정규직들을 고용조건이 더 열악한 외주화로 전환하거나 계약을 대거 해지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매장 점거와 강제 해산이 반복되고 있는 이랜드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래서 우리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속히 보완할 것을 누차 촉구했다. 특히 비정규직 사용기한으로 설정한 2년이 적정한지와 무차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외주화가 비정규직 보호 입법 취지에 맞는지를 심도있게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일선 현장에서 비정규직보호법을 둘러싼 갈등과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법 시행 초기라는 이유로 1년 후에나 보완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당국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기간제근로자의 증가속도가 주춤해졌다는 것은 숫자놀음일 뿐이다. 허술한 법망 때문에 저임금의 일자리에서마저 내몰리고 있는 비정규직부터 보호해야 한다. 비정규직보호법 보완을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
2007-10-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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