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추억/최태환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추억/최태환 수석논설위원

입력 2007-08-17 00:00
수정 2007-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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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에 꽤 조예가 깊은 선배가 있었다. 특히 1940∼50년대 흘러간 노래의 탄생 내력이나, 노랫말에 숨은 뒷얘기 등을 그럴싸하게 풀어나가곤 했다. 때론 ‘구라’가 섞인 것 같았지만 즐겁게 맞장구를 쳤다.

‘사십계단 층층대에/앉아 우는 나그네/울지 말고 속 시원히/말 좀 하세요/…피란살이 처량스레/동정하는 판잣집에/경상도 아가씨가/애처로워 묻는구나.´ 한국전쟁 피란민의 애환을 그린 ‘경상도 아가씨’다. 전란 중에도 레코드가 엄청 팔렸다고 한다. 선배는 피란살이 아저씨를 짝사랑한 부산 처녀의 애달픈 심정이 녹아 있다고 했다. 행여 북의 가족 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올까 애타는 심경이 담겼다고 했다. 사십계단 층층대는 영도 부근에 있었단다.

부산 중구청장이 한국전쟁 당시 대중가요와 자료를 모아 책으로 냈다.‘그때 그 가요’다.10년간 자료를 모았단다. 한 초등학교 배지는 일본에서 구했다고 했다.‘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로워 묻는구나.’ 걸쭉했던 선배 목소리가 새삼 그립다. 선배는 몇년 전 작고했다. 살아 있다면 책을 펼치며 ‘구라’를 풍성하게 보탤 텐데.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yunjae@seoul.co.kr

2007-08-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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