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민소환,양날의 칼/이기우 인하대 교수

[시론] 주민소환,양날의 칼/이기우 인하대 교수

입력 2007-08-10 00:00
수정 2007-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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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장과 시의원 3명에 대한 주민소환이 청구되었다. 하남시 외에도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지방정치인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주민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긍적적으로 보는 입장과 단체장의 소신행정을 어렵게 하고 소수의 선동에 의해 지방정치의 불안과 공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특히 사회기반시설인 화장장의 유치가 하남시의 주민소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비판적인 입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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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인하대 교수
이기우 인하대 교수
지방정치인은 임기를 보장받음으로써 소신있게 결정을 추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주민과 동떨어진 의사결정을 하거나 무능한 경우 주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정치적인 갈등을 주민 스스로 해결해 주민의 이익을 지키도록 자구수단으로 인정된 제도가 주민투표제도이고 주민소환제도이다. 주민투표가 화장장 설치와 같은 개별사안에 대한 주민의 자결권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지방정치인에 대한 총체적인 부정적 평가로 그 직위를 박탈하는 것이다. 개별적인 정치사안도 주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주민소환으로 비화될 수 있다.

지방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중대한 정책에 대해 미리 주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함으로써 주민소환으로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민투표가 많은 비용을 요한다는 점에서 주민여론조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주민소환제도는 주민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지만, 지방정국의 불안과 행정공백, 선동에 의해 조직화된 소수의 횡포 등의 우려도 없지 않다. 주민소환제도의 시행과정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예컨대, 주민소환이 다수의 주민에 의해 결정되기도 전에 주민 10∼20%에 해당하는 소수의 청구에 의한 발의만으로 소환대상자의 권한정지를 규정한 것은 소수에 의한 횡포가 나타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이므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주민소환으로 인하여 막대한 투표비용을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하고 정치적인 소모를 초래함에도 불구하고 주민소환을 주도하고 서명한 사람은 주민소환이 실패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러한 무책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민소환을 주도하고 서명한 사람에게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시켜 책임있는 행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주민소환 투표와 보궐선거를 별도로 실시하여 비용을 가중시키는 것도 문제이다. 미국처럼 소환과 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고 새로 당선된 사람에게 잔여임기가 아니라 전체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0년대 이후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을 도입하는 참여혁명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세계적인 흐름이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주민소환제도를 가짐으로써 지방정치의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 수단을 갖게 됐지만 이의 남용은 엄청난 손해를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

지방정치인의 입장에서는 비록 옳고 타당한 정책이라도 주민과 함께 추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리더십을 발판으로 꽃피울 수 있다. 하남시의 주민소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무엇을 유지하고, 개선할지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기우 인하대 교수
2007-08-1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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