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문화침투의 허실/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문화마당] 문화침투의 허실/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입력 2007-01-04 00:00
수정 2007-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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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주목받기 시작한 동남아시아의 괄목할 만한 경제력과 문화 경쟁력은 서구사회의 그것과 비교해 볼 때 실로 미약한 것이다. 그런 만큼 21세기 들어 더욱 부각된 세계화는 서구중심의 경제와 문화의 주도권 아래 이뤄지고 있다. 이는 FTA 협상과 같은 실례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화의 과정에서 진행되는 문화침투는 결코 서구중심의 일방적 관계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문화침투란 본질적으로 상호 교류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영국의 제국주의 정책을 계기로 수출된 백인 중심의 서구문화는 아시아 문화에 침투해 그 모습을 바꿔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시아의 문화는 동서양의 문화충돌에서 서구 중심의 권력지형도를 바꾸어 가며 재구성되어 가고 있다.

예컨대, 권력을 앞세워 인도의 문화에 침투한 영국의 문화는 1980년대 들어서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인도의 음악이 유행하면서 인도 문화로부터 역침투를 당했다. 마침내 인도 음악은 영국을 통해 미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며 뉴에이지 또는 월드뮤직이 탄생하는 계기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침략하고자 했던 식민지 문화로부터 예기치 않은 역습을 당하며 끝내 서구 음악의 경향이 바뀌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음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1993년 인권운동으로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른 인도의 반다나 슈바는 ‘녹색혁명’을 펼치며 ‘나브다냐(Navdanya)’ 같은 유기농 농장과 상점 등을 통해 무공해 식품운동을 벌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영국으로까지 어어지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유기농 식품’ 바람을 일으켰다. 최근 우리나라의 웰빙 붐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문화의 침투는 이처럼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아시아도, 서구도 이같은 문화의 잡종화(hybridization) 내지 혼종화를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문화이론가 호미 바바가 말하는 문화의 ‘제3공간 선언’이 구체화되어 감에 따라 세계적 규모의 문화적 변위가 이뤄지고 있다. 타자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일방적 침투에서 상호교환적 침투로 이동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헤게모니적 성격을 띤 서구 중심의 세계화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찬드라 무자파(‘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국제운동’ 대표)는 아시아 국가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서구 제국주의에 대항할 인권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자신의 저서 ‘인류의 오류(Human Wrongs,1996)’에서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은 각자의 정체성과 문화에 근거한 의식주와 같은 권리라고 말한다. 또한 안와르 이브라임 전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996년, 아시안 르네상스’를 통해 세계화의 근간에는 ‘아시아 문명화’라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것은 곧 세계화의 흐름 속에 동서양의 바람직한 재구성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컨대 세계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간의 조화를 유지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고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의 문화이론가 애슈스 난디는 동서양의 문화전쟁터에서 빠져나와 전쟁게임을 관찰하는 제3자가 될 것을 권한다. 전쟁터 안에 있으면 권력의 실체 앞에 극단적으로 저항하거나 수용하거나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일차원적인 식민지 근성과도 같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문화에 있어서 세계화의 현장은 권력지형에 의해 움직이는 전쟁터가 아니다. 창조적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게임’이다. 이제 세계화에 따른 상호교류적 문화침투라는 게임은 시작되었다. 창조적인 정신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문화 나아가 미래의 문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코디 최 문화이론가 화가
2007-01-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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