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토지임대부 분양제를 당론으로 채택한 뒤 10여 가지 부동산대책이 정치권에서 쏟아졌다. 특히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내년부터 공공택지에서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분양을 시범 실시하는 한편 9월부터 민간택지에 대해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키로 합의했다. 그런가 하면 주택담보 대출을 죄기 위한 아이디어도 하루가 멀다하고 ‘검토 의견’으로 고개를 내민다. 대선을 1년가량 앞두고 벌써 정치권이 기선잡기에 나선 형국이다.
문제는 새로운 정책에 소요되는 재정적 뒷받침을 해야 하는 정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당초 환매조건부와 토지임대부 분양제 도입에 대해 공급 위축 가능성과 재정 부담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으나 결국 여당 요구에 굴복했다. 여권은 당정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하지만 정책 실무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여전한 걸 보면 정치논리에 정책판단 기능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봐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이 예산 통과 합의를 어기면서까지 집착하는 택시 LPG특소세 면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수 결손은 어떻게 되든 표가 되는 정책이라면 선점하고 보자는 배짱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내년엔 ‘정책 버블’로 일컬어지는 정치권발(發) 리스크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경제의 사활이 달려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 변수가 곳곳에 도사린 가운데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최소 필요요건인 연간 30만개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의 정책 과잉공급이 경제 기조마저 뒤흔든다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예견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경제 사령탑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에 휩쓸리지 않도록 친시장 쪽으로 방향타를 굳건히 잡으라는 얘기다. 경제부총리의 확고한 소신과 리더십을 기대한다.
2006-12-26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