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용산의 ‘문화 허파’, 역사민속박물관/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열린세상] 용산의 ‘문화 허파’, 역사민속박물관/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입력 2006-11-25 00:00
수정 2006-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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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저 버린 비운의 땅과 같았던 용산미군기지가 기나긴 세월의 질곡을 벗어나 2008년 우리 정부에 반환된다는 기쁜 소식이다.‘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듯이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일까, 이제 용산은 신이 주신 축복의 땅이 되었으니 이 모두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신의 뜻처럼 다가온다.

이제 우리 손에 들어온 용산기지 81만평은, 결론적으로 지속가능한 ‘민족문화의 숲’으로 가꾸어야 한다.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일본의 우에노공원, 뉴욕의 센트럴파크, 파리의 튜리레정원은 국민의 휴식처이면서 세계인의 안식처이다. 거대도시의 심장에 숲과 나무·꽃·잔디에 사계절 숨 쉬는 자연공원을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심장의 좌우에는 동맥과 정맥처럼 신진대사를 분담하는 박물관·미술관 중심의 문화시설들이 보름달처럼 떠 있다.

세계의 수도를 자부하는 워싱턴에는 광활한 잔디광장에 스미소니안 몰이 있다. 이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의회 건물과 링컨기념관이 세계를 밝히는 횃불을 들고 있다. 스미소니안 몰 좌우에는 미국민의 자존심과 꿈, 미래가 깃든 14곳의 박물관이 문화적 갈등을 풀어주며, 서부개척사에서 그리스·유럽 미술은 물론 우주탐험까지 세계인의 심장을 고동치게 한다.

마침 경복궁 복원 계획에 따라 매년 340만명의 내외 관람객이 즐겨찾는 국립민속박물관이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용산에 이전할 계획이다.1993년 이미 용산 민족공원 계획을 준비하였던 문화관광부는, 꿈이 현실로 잉태되는 21세기 민족문화 혁신 실천에 더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된다.

7000년 인류 역사를 함축한 서울과 대한민국의 진정성을 함의한 국립역사민속박물관(민화미술관·민속극장 포함)과 문화의 숲이 21세기에 신이 선물한 용산에 잉태되기를 기대한다. 한민족의 역사·문화·생활을 쉽고 재미있게 교육적으로 풀어낸 세계 속의 문화사절로서 기능을 두루 수행하기 바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민족 자존을 지켜온 용산 메인 포스트에 우뚝 서 동북공정으로 생떼를 부리는 중국, 태평양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었다는 히로시마 평화박물관과 도쿄박물관의 거짓 눈물을 참회케 하는 역사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

서울과 인천·경기도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월드컵을 개최하고 OECD 국가 가운데 10위에 드는 장엄한 역사현장이다. 뿐만 아니라 ‘아! 대한민국, 피스(peace) 코리아’를 상징하는 세계적 도시이다. 그러나 이곳에 민족학·인류학 박물관 하나 없다는 것은 문화 쇄국주의이며, 국민을 우롱하고 우민화하는 초근시안적 역대 정부의 과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무역대국으로서 문화 베풂으로 보답해야 할 조국은 한국에 와 있는 외국인 노동자·며느리와 국제화 2세대 한국인들의 나라인 아시아의 문화가 소개된 세계민족학박물관을 탄생시켜야 한다. 아프리카 동유럽 남북미 호주의 민속문화도 함께 전시하는 세계문화의 여창(旅窓)과 교육공간이 되어야 한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서울호’의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인천시장은 달을 가리키는 손끝을 보지 말고 휘영청 밝은 달의 문화적 진실과 국격(國格)을 세계적으로 높여야 할 철학을 가지기 바란다.

세계 경제와 무역의 새로운 트렌드는 문화이다. 롤렉스나 루이 뷔통, 샤넬, 삼성,LG도 문화로 포장된 꿈과 상상적 마력일 뿐이다. 그 원가는 금속재료비·가죽·물감·플라스틱의 원자재값인 5만원 미만이다. 그 문화적 상징의 값은 수천억 달러 아닌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문화상징이라는 매직상징으로서 국가 브랜드를 뿌리내리게 하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고 세계민족학(인류학)박물관이다.

더 나아가 공원을 섬처럼 둘러싼, 주변의 난개발된 콘크리트 건물들을 매입하여 원효로에서 이태원로까지 시야가 확 트인 천혜의 자연공원을 조성하자. 새로운 국부에 걸맞게 희망의 문화공원을 용산에 심자.7000년 역사를 지켜온 한민족의 자존심으로 만대(萬代)의 세계를 향해 다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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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한국전통문화학교 총장
2006-11-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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