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에] 집권 민주화세력의 책임과 최후양심/현고 스님 조계종 전 총무원장대행

[토요일 아침에] 집권 민주화세력의 책임과 최후양심/현고 스님 조계종 전 총무원장대행

입력 2006-11-18 00:00
수정 2006-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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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막 끝났다. 지난 일주일, 부모들은 아이의 보호막이 되어 긴장을 줄이고 안정을 유지시키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수능은 10대 인생의 최종평가이고 20대 학업과 한 인생의 향방마저 결정하는 현실문제이다.

1년 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최종 성적표가 나온다. 수험생에게 마지막 일주일이 중요하듯이 대통령의 국정운영도 마지막 1년이 중요하다.

집권여당과 각료들은 부모가 수험생 자녀를 살피듯, 안정을 유지한 가운데 혼연일체가 되어 최후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1년후 평가는 여느 때와는 다르다. 민주화세력에 의한 국정운영 10년의 국민적 평가가 내려지는 정치사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지막 1년이 순탄할 것 같지 않다. 정권의 울타리인 여당이 흔들리고 공정한 평가를 어지럽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재창당 논의가 그렇고, 부쩍 성해가는 ‘뉴 라이트’ 운동과 냉전시대적 사회풍토가 되살아난 것이 그렇다. 물론 상당수 언론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평가를 마치고 자신들의 부정적 평가를 국민적 평가로 인식시키기 위해 진력하는 모습도 그렇다. 우려 수준을 넘어선 징후가 불교계에도 있다.

부산 불교계를 중심으로 하는 뉴라이트 운동이 그것이다. 그것도 신중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종단 내 핵심세력이 주도하고 특정정당 지지를 천명하는 수준이다.

이는 승단을 ‘초국가적 존재’로 인식하고 ‘국가에 속하지 않는다.’‘국가를 벗어나 있어야 한다.’라고, 부처님이 승단의 수행 가풍 유지를 위해 세운 정신과 전통에 위배된다.

또 500년 배불과 40년 독재 치하에서도 회피적 침묵을 정당화하는 데 써왔던 논리다. 그런데 지금 와서 양심의 구각을 벗는 자기혁신도 없이 왜 정치현장에 뛰어들었는지 알 수 없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보수와 우익 그리고 친미적 관계를 재평가하고 조정하겠다는 건가.

부처님은 신권과 신분계급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을 선언한 인류사적 개혁가이시다. 그렇지만 강권과 술수를 써서 사회를 개혁하려는 정치도, 백성을 선동하여 수행하는 혁명도 하지 않았다. 정신적·도덕적 감화를 통해 일반사회를 개혁하고 중도적 수용과 평화를 실천하려 했다.

이렇게 명쾌한 가르침과, 증일아함경의 ‘통치자가 몸에 지녀야 할 열가지 덕목’같은 지도자 평가 지표를 두고도, 성직자가 의도된 여론에 휘말려 뉴 라이트라는 이데올로기적 색깔을 입힌 깃발을 꽂음으로써, 종도와 국민이 분파를 지어 갈팡질팡하게 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 편견에 빠지게 하는 것은 승려적 양심을 버린 종교적 폭력이다.

지금 대통령과 집권당 앞에는 평가 시험지가 다가오고 있다. 낮은 지지도와 부정적 평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피하고도 싶을 것이다. 그러나 7일간의 정리가 3년의 성적을 좌우하듯이 1년이나 남은 기간동안 정국운영을 잘한다면 4년의 성적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최후의 일각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진정한 책임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정치사의 왜곡과 불행은 실패를 수용하기 거부하는 집권세력에 의해 발생했다. 잘못된 그들을 단죄한 공덕으로 집권한 민주화세력은 국민이 내린 죽음의 심판을 기다릴지언정, 이를 모면할 목적인 듯이 보일 어떠한 행동도 자제하는 것이 최후의 양심이다.

책임을 다하고 양심을 지킬 것이라는 국민적 신뢰가 주어질 때 탈 불교적 분파 분쟁에 앞장선 스님을 중도적 수용과 평화의 길로 되돌아가게 할 것이며 100년의 정당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현고 스님 조계종 전 총무원장대행
2006-11-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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