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늬들 마음을…/황진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늬들 마음을…/황진선 논설위원

황진선 기자
입력 2006-09-05 00:00
수정 2006-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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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紗)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 선생의 시 ‘승무’의 첫 연이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승무를 재구성한 민족어의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 시절엔 선생을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靑鹿派) 시인으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대학 입학 후 ‘늬들 마음을 우리가 안다’는 시를 접하곤 선생의 현실 인식을 느끼게 되었다. 시에서 제자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절로 전해지는 것 같았다. 엄혹한 유신독재 시절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늬’라는 표현에는 친근함, 애틋함, 미안함이 섞여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4·19는 1960년 4월11일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김주열의 시체가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것이 도화선이 됐다.4월18일에는 고려대생들이 중구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했다가 학교로 돌아오다 임화수가 거느린 100여명의 깡패에게 쇠망치 등으로 얻어맞아 수십명이 쓰러졌다. 다음날인 4월19일에는 서울대 문리대생을 비롯해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위에 합류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4월25일에는 서울대 교수회관에 모인 각 대학교수 258명이 시국선언문을 채택하고, ‘학생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섰다. 이승만 대통령은 다음날인 26일 3·15 부정선거에 책임을 지고 하야했다.‘피의 화요일’이 일주일만에 ‘승리의 화요일’로 바뀐 것이다.

당시 고려대 교수였던 선생의 마음이 담긴 ‘늬들 마음을’은 4·19 보름 뒤인 5월3일 ‘고대신문’ 1면에 ‘어느 스승의 뉘우침에서’라는 부제와 함께 실렸다. 선생은 “무지한 깡패 떼에게 정치를 맡겨놓고 현실에 눈감은 학문”을 하던 자신을 반성하고 “그날 너희들이 갑자기 이뻐 죽겠던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선생은 그 보다 두달 전인 1960년 3월에는 ‘지조론’을 발표해, 친일파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이 과거를 뉘우치지 않고 시대 상황에 따라 변절을 일삼는 자유당 말기의 세태를 비판했다.

그 ‘늬들 마음을’이라는 시비가 고려대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을 맞아 오는 29일 문과대 뒤편에 세워진다고 한다.48세로 요절한 선생이 스승도 없고, 지조도 없는 요즘 세태를 다시 보면 뭐라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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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선 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2006-09-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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