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북자 요코타 메구미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영남씨 등 1977∼78년 납북된 고교생 5명이 북한에 생존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이 그제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이들이 최근까지 남파 간첩 교육을 담당하는 ‘이남화(以南化) 공작 교관’으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납북 고교생들은 모두 해수욕장에서 졸지에 피랍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자식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30여년의 긴 세월을 참고 기다려야 했던 부모와 가족들의 회한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정부는 이들의 송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본다. 때마침 미 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메구미의 어머니 사키에씨가 자식과 생이별한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눈물로 증언했다. 납북 고교생들의 부모 마음도 똑같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사실을 벌써 알고 있었음에도, 지난 24일 끝난 18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부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나 이 문제만큼은 우리가 분명한 원칙과 해법을 공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납북 고교생 가족들도 이제부터는 공개적인 일처리를 당부했는데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또한 대북 지원을 통한 반대급부 형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납북된 사람이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일본 납북자구조연합측은 전세계 12개국에서 최소 523명이 북한에 의해 납치됐다고 주장했다. 이 중 한국인이 485명으로 가장 많다는 것이다. 납북자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더이상 사면초가에 몰리지 않으려면 납북자들의 송환에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이다.
2006-04-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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