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이민자가 세운 나라다. 이민자들의 희생으로 풍요와 민주주의를 일구어냈다. 토머스 페인이 소책자 ‘상식’에서 강조한 자유·평등·인권은 이민국가 미국을 묶는 좌표였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받는 미국에 대해 국제사회가 기대를 버리지 않는 것은 경제·정치적 이유로 조국을 떠난 이들을 보듬는 상식이 작동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 상원이 곧 심의에 착수할 예정인 ‘센센브레너법’은 그런 상식을 부정하는 악법이다. 불법체류자를 중범죄자로 취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사업주까지 처벌하고, 미국·멕시코 국경에 320㎞의 장벽을 쌓겠다는 것이다. 그같은 법안이 어떻게 하원을 통과해 상원까지 넘어왔는지 미 지도자들의 양식이 의심스럽다. 지난주말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반(反)이민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렸다. 베트남전 반대시위 때보다 많은 50만여명이 모였다고 한다. 반이민법에 비난이 쏟아지자 이를 주도했던 공화당안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불법이민자를 등록시켜 합법고용토록 하는 초청근로자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외국인 임시노동자제도를 담은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 등 강경파들은 국내실업과 테러방지를 이유로 반이민법을 몰아붙일 태세다. 지금 미국에는 불법체류 한인이 2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의류·봉제업을 하면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한 한인 업체도 상당수에 이른다. 반이민법이 확정되면 큰 타격이 예상된다. 미 의회는 1000만명이 넘는 불법체류자의 경제적 효용성과 인권을 존중해 반이민법을 거둬들여야 한다.
2006-03-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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