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사스퍼거/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스퍼거/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6-03-16 00:00
수정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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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배려’라는 책을 읽었는데 의외로 잔잔한 감동이 있었다. 거기엔 ‘사스퍼거’란 말이 나온다. 자신에겐 관대하지만 남에겐 무자비하고 예의나 배려가 없는 이기주의자를 그렇게 부른단다. 이런 부류의 책들이 대개 그렇듯 내용대로 실천하면 성인(聖人) 반열에 오르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야 책을 덮는 순간 감동만 남을 뿐, 지속적인 행동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아무튼 느낀 바가 커서 남을 늘 배려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어제 출근길에 뜻밖의 일을 겪었다. 전철을 타면 신문을 읽으려고 빈 자리가 있어도 잘 앉지 않는 편이다. 옆 사람을 방해할까봐서다. 출입구 쪽 세로손잡이를 등받이삼아 몸의 중심을 잡으면 두 손으로 신문을 펼치기에 아주 편하다. 그래서 ‘지정석’으로 애용하곤 한다.

어제도 드나드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쓰면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하차하던 웬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거, 출입구 좀 막지 마쇼.”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눈까지 흘기는 게 아닌가. 조심했는데 졸지에 ‘사스퍼거’로 몰린 터라 당혹스러웠다. 전철에서 맘 놓고 신문 볼 만한 곳 찾는 일도 중대한 고민거리가 돼 버렸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6-03-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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