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 성범죄 엄단 말할 자격 있나

[사설] 한나라, 성범죄 엄단 말할 자격 있나

입력 2006-02-28 00:00
수정 200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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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이 술자리에서 여성 기자를 추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무총장직과 공천심사위원장직을 사퇴하고, 박근혜 대표는 그를 대신해 국민에게 사과했다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그치지 않고 있다. 의원직 사퇴와 함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최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내보인 사례라는 데서 그 심각성을 우려한다. 최 의원의 성추행뿐 아니라 이를 술자리에서 벌어진 우발적 사건 내지는 나쁜 술버릇 정도로 치부하려는 사회 지도층의 저급한 성 의식이 문제인 것이다.“술집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최 의원의 몰인격적 발언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술집 주인이면 본인의 의사가 어떻든 성추행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런 성차별, 직업차별의 인식을 지닌 채 어떻게 검사를 했고, 국회의원을 하고 있으며, 제1야당의 사무총장을 맡았다는 말인가. 더구나 그는 지역구에서 성폭력상담소 이사장이었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이런 인사가 우리 정치를 이끌고 있으니 어떻게 성범죄 근절을 얘기할 것이며, 성폭력범들을 단죄할 수 있을 것인가. 한나라당은 ‘전자팔찌’에 ‘화학적 거세’ 운운하며 성범죄 입법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번 최 의원 파문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출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성폭력 근절 의지를 먼저 내보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의 술자리 접촉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과 동아일보는 주요당직자 신임인사를 겸한 저녁식사 자리였다고 하지만 성추행까지 낳은 술판을 정상적 취재활동이라 여길 국민은 없을 것이다. 건전한 긴장관계는 정부·여당과 언론 사이에만 요구되는 규범이 아닌 것이다.

2006-02-2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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