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역시 영악했다. 동족인 유태인은 물론 아랍인에게도 크게 욕먹지 않을 정도로 영화 ‘뮌헨’을 만들었다. 일방적으로 유태인 편을 들지 않은 점에서 그는 용감했다. 팔레스타인쪽을 이해하는 듯 비쳤으나 동등하게 대접하지 못한 점에서 그는 비겁했다.
동서 이념대결이 끝나면 기독교와 이슬람교간 문명충돌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새뮤얼 헌팅턴의 예고는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9·11테러에 이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 이란핵 문제도 일촉즉발의 위기다. 최근엔 마호메트 만평 파문으로 세계 곳곳에서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스필버그는 영화 ‘뮌헨’에서 교과서적 해답을 제시한다.“다투는 양쪽 모두 고민하고 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 적절한 선에서 복수를 자제하자.” 틀린 얘기는 없다. 초강국 미국의 스타이자, 유태인으로서 이 정도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스필버그를 ‘평화의 전달자’로 부르기엔 왠지 찜찜하다.
스필버그의 영화는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단이 벌인 행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도발은 아랍쪽이 했다는 인상을 준다. 또 나라의 명령으로 복수에 나선 이스라엘쪽 주인공이 겪는 인간적 고민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아랍 출신으로 스필버그에 필적할 영화감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뮌헨 테러가 있기 이전 이스라엘의 공격행위가 강조되고, 테러 실행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진영의 고뇌가 부각된 ‘뮌헨’을 제작했을 것이다.
복수영화 시리즈를 낸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인간본성을 성적 추동과 공격적 추동으로 풀이했다. 복수 자체가 가진 마력에 종교, 애국심이 덧붙여지니 말리기 힘들다. 가족·종족이 처참하게 당한 현장은 복수심에 기름을 붓는다.“용서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먹힐 리 없다.
문명충돌을 막으려면 스필버그식 양비론으로는 약하다. 강자가 먼저 양보해야 복수의 악순환이 끊어진다. 지금은 미국과 서유럽, 이스라엘이 강자다.“이슬람과 더불어 살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이 이스라엘을 감싸는 만큼 아랍권을 이해해 줄 때 난제는 풀리기 시작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동서 이념대결이 끝나면 기독교와 이슬람교간 문명충돌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는 새뮤얼 헌팅턴의 예고는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9·11테러에 이은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 이란핵 문제도 일촉즉발의 위기다. 최근엔 마호메트 만평 파문으로 세계 곳곳에서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스필버그는 영화 ‘뮌헨’에서 교과서적 해답을 제시한다.“다투는 양쪽 모두 고민하고 있다.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 적절한 선에서 복수를 자제하자.” 틀린 얘기는 없다. 초강국 미국의 스타이자, 유태인으로서 이 정도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스필버그를 ‘평화의 전달자’로 부르기엔 왠지 찜찜하다.
스필버그의 영화는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단이 벌인 행위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도발은 아랍쪽이 했다는 인상을 준다. 또 나라의 명령으로 복수에 나선 이스라엘쪽 주인공이 겪는 인간적 고민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아랍 출신으로 스필버그에 필적할 영화감독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뮌헨 테러가 있기 이전 이스라엘의 공격행위가 강조되고, 테러 실행을 둘러싼 팔레스타인 진영의 고뇌가 부각된 ‘뮌헨’을 제작했을 것이다.
복수영화 시리즈를 낸 박찬욱 감독은 “복수는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인간본성을 성적 추동과 공격적 추동으로 풀이했다. 복수 자체가 가진 마력에 종교, 애국심이 덧붙여지니 말리기 힘들다. 가족·종족이 처참하게 당한 현장은 복수심에 기름을 붓는다.“용서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먹힐 리 없다.
문명충돌을 막으려면 스필버그식 양비론으로는 약하다. 강자가 먼저 양보해야 복수의 악순환이 끊어진다. 지금은 미국과 서유럽, 이스라엘이 강자다.“이슬람과 더불어 살겠다.”는 의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이 이스라엘을 감싸는 만큼 아랍권을 이해해 줄 때 난제는 풀리기 시작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2006-02-21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