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사이의 불협화음으로 북한이 어부지리를 챙기고 있다. 한·미간 대북공조의 균열이 드러나면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북한만 이득을 얻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영국 리즈대학의 북한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 카터의 이같은 내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부시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일관된 대북정책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한국 정부는 ‘북한 형제’의 악행을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북한의 핵 위협 해소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었던 부시 정부는 지난해 가을 평양의 달러화 위조문제를 “발견했다.”며 제재를 했다. 이는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북한의 달러화 위조의혹은 10년 넘은 해묵은 문제지만, 새삼 이를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의 위폐의혹 제기가 대북 포용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강경파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공격한 부시 대통령의 강경발언은 포용정책을 좋아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또 6자회담을 되살려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워싱턴 매파의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미국의 정책도 문제지만 북한의 불법행위에 눈감고 있는 한국의 대북정책도 나을 게 없다. 피를 나눈 형제라면 모든 잘못은 덮어지는가. 한국은 2003년 6월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위폐 행위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한국정부는 북한 위폐 의혹을 얼버무리고 있다. 또 유엔에서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결의안에 기권하고 탈북자를 실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정부는 “평화정착과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항변하지만 ‘무조건적인 당근정책’은 단순히 북한의 현상을 정당화하고 지지하는 위험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다투고 있는 동안 ‘경애하는 지도자(김정일)’는 중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이 핵문제나 위폐 의혹과 관련된 압력을 가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의 북한 다루기에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북한의 주변국가들은 모두 북한과 좋게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사용하는 일본조차도 새로운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미국은 북한 다루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동맹국인 한국을 잃어버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져야 될 이유도 없다. 북한을 다루는데 몇가지 기본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로 결과와 수단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말장난이 아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해결할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동맹국들과 굳건한 공조를 이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정일이 그 사이를 파고들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정일은 과거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옛 소련과 중국사이에서 이득을 취했듯이 뒤로 물러앉아서 중국과 한국의 단물만 빨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북한전문가
정리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영국 리즈대학의 북한 전문가 에이던 포스터 카터의 이같은 내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부시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일관된 대북정책을 수행하지 못했으며, 한국 정부는 ‘북한 형제’의 악행을 아예 보려고 하지도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주요 내용.
북한의 핵 위협 해소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었던 부시 정부는 지난해 가을 평양의 달러화 위조문제를 “발견했다.”며 제재를 했다. 이는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거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북한의 달러화 위조의혹은 10년 넘은 해묵은 문제지만, 새삼 이를 전면에 들고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부시 정부의 위폐의혹 제기가 대북 포용정책에 반대하는 미국 강경파의 음모일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공격한 부시 대통령의 강경발언은 포용정책을 좋아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또 6자회담을 되살려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워싱턴 매파의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리기도 했다.
미국의 정책도 문제지만 북한의 불법행위에 눈감고 있는 한국의 대북정책도 나을 게 없다. 피를 나눈 형제라면 모든 잘못은 덮어지는가. 한국은 2003년 6월 미국, 일본과 함께 북한의 위폐 행위를 비난하는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한국정부는 북한 위폐 의혹을 얼버무리고 있다. 또 유엔에서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규탄결의안에 기권하고 탈북자를 실망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정부는 “평화정착과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항변하지만 ‘무조건적인 당근정책’은 단순히 북한의 현상을 정당화하고 지지하는 위험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다투고 있는 동안 ‘경애하는 지도자(김정일)’는 중국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중국이 핵문제나 위폐 의혹과 관련된 압력을 가했다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의 북한 다루기에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북한의 주변국가들은 모두 북한과 좋게 지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사용하는 일본조차도 새로운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는 미국은 북한 다루기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고 무기력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동맹국인 한국을 잃어버릴 위험을 자초하고 있다.
북한을 다루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어려운 처지에 빠져야 될 이유도 없다. 북한을 다루는데 몇가지 기본 원칙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로 결과와 수단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말장난이 아닌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해결할 현안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동맹국들과 굳건한 공조를 이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정일이 그 사이를 파고들 것이다.
이런 원칙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김정일은 과거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옛 소련과 중국사이에서 이득을 취했듯이 뒤로 물러앉아서 중국과 한국의 단물만 빨아먹을 수 있을 것이다.
에이던 포스터 카터 영국 리즈대 교수·북한전문가
정리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2006-02-0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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