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이 아니라 성찰이 필요하다

[사설] 정쟁이 아니라 성찰이 필요하다

입력 2005-10-19 00:00
수정 2005-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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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구국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자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수구보수세력들의 색깔론 총궐기”라고 맞받았다. 청와대도 나서 “되살아난 유신독재의 망령”이라고 박 대표를 공격했다. 정체성·색깔론을 둘러싼 헐뜯기를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국가보안법 개폐, 송두율 교수 사건, 맥아더동상 공방 등 시점만 다를 뿐이다. 한국정치의 퇴영성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고 본다.

소모적 이념논쟁의 끝은 이번에도 뻔하다. 죽일 듯 대립하다가 10·26 재선거가 끝나거나 다른 쟁점이 생기면 슬그머니 사그라질 것이다. 상처만 깊게 하고, 사회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쟁을 떠나 강정구 교수 파문을 성찰해보자. 머리를 맞대고 개선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를 제대로 짚어내 풀어줘야 국가사회가 발전하고 정치권이 칭찬받는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인식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먼저 정리해줘야 한다. 과거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긴 힘들다. 그렇다고 친북(親北) 행위를 무한정 허용할 수 없다. 이는 국가보안법 손질로 귀결된다. 여야가 한때 합의한 국보법 대체입법이나 대폭 개정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검찰 독립의 범위·방법도 차제에 구체화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검찰청법 규정이 검찰의 중립을 훼손하는지는 치열한 토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과거에는 이 규정의 삭제를 요구했다가 스스로 지휘권을 발동했다는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파를 초월해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로 보여준다.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 다만 정치성을 띤 간섭이 안 되도록 지휘권 발동 요건을 명확히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외투쟁, 국회파행과 기자회견·성명전은 이제 그만하자. 여야 대표가 이번 사안을 논의할 TV토론을 갖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말싸움에 그치지 말고 토론과 국회 논의를 통해 법·제도 개선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2005-10-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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