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규획과 계획/이용원 논설위원

[씨줄날줄] 규획과 계획/이용원 논설위원

이용원 기자
입력 2005-10-14 00:00
수정 2005-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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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지난 11일 ‘국민경제와 사회발전을 위한 11차 5개년(11·5)규획’ 건의안을 통과시키고 막을 내렸다. 중국의 5개년 계획은 1960∼70년대 우리가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성격의 것. 그런데 이번 5중전회가 관심을 끈 까닭은 중국이 5개년 계획의 명칭을 지난 50년 써온 ‘계획(計劃, 중국은 計으로 표기)’이 아니라 ‘규획(規)’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규획’은 중국 현대어에서 계획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단어로, 굳이 구분하자면 규모가 큰 사업에 주로 사용한다.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도 규획은 영어의 ‘블루 프린트(청사진)’에 해당하는 용어로서,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온 경제개발을 앞으로는 시장 주도에 맡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자 명칭을 바꾸었다고 풀이했다. 즉 중국 정부가 분야별로 세세한 성장 목표를 세우는 대신 큰 틀에서 조정 기능만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획’이 의도하는 게 과연 그것뿐일까.

‘계획’이란 단어는 중국 전국시대(BC 403∼221년)를 다룬 사서 ‘전국책’에 처음 등장한다. 진(秦)의 소양왕이 세객인 채택을 처음 만나 6국 통일의 방책을 물은 뒤 그 자리에서 정승 벼슬을 주었다는 내용이다(昭王新說蔡澤計劃 遂拜爲秦相). 반면 ‘규획’은 몇백년 뒤인 진수의 ‘삼국지’중에서 ‘촉서’ 양의전에 처음 나온다. 제갈량이 자주 출병하는데 양의가 늘 계획을 짜 부대를 편성하고 군량미를 계산했다는 것이다(亮數出軍 儀常規劃分部 籌度糧穀). 이같은 어원에서 나타나듯이 ‘규획’이라는 단어에는 ‘법과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라는 본질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5개년 규획은 후진타오(胡錦濤)당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전권을 장악한 뒤 처음 마련한 발전 프로그램이다. 국가발전이라는 기본 목표말고도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심해지는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새 집권세력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그래서 규획이라는 새 용어에서는 법을 무기삼아 구악을 일소하는 한편 법치주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집권세력의 의지가 짙게 풍겨나온다. 중국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이유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2005-10-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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