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채가 급증하자 야당의 공세도 거세졌다.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국가부채가 폭증한 수치를 들면서 정부의 국정운영의 무능을 공격하려는 의도에서다. 야당은 그동안 부유층이나 기업의 감세정책을 주로 강조해왔다. 그런 야당이 최근에는 경제난에 허덕이는 중산, 서민층을 대상으로 하는 유류세 등의 감세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런 주장들이 민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경제당국이 공개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경제당국은 지난 2년간 증가한 국가부채 69조 5000억원은 DJ정부 시절에 결정한 공적자금 투입 손실분 29조원과 환율안정을 위한 32조원이고 순수한 정부살림을 위한 부채는 5조 5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이니만큼 내용은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런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사는 편치 않다. 시중에는 야당의 비판보다 훨씬 심한 우려가 나돌고 있지 않은가.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왜 국민들이 국가부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지 그 심정부터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국민들의 우려를 진정 이해했다면, 일단 국민들에게 나라살림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국가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이다.
매년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고 국가예산도 확대되고 있는데 국민생활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판에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남 탓만 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전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가 국민의 정부의 내수진작책 때문에 지금까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일은행이나 외환은행, 동아, 기아 등 기업의 부도처리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누누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정부에 들어와서 폭증한 국가부채 탓을 전 정권에만 돌리는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 DJ정부 시절 제일·외환은행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세 등의 규정을 바로잡아 세금으로 환수할 수 있는 데도 최선을 다했는지 의심스럽다. 또 DJ정부 시절 경제부처의 주요보직에 있던 인사들이 대부분 참여정부에 들어와서도 정책결정의 자리에 있는데 전 정권 탓만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2조원에 달하는 환율안정자금 투입문제는 전적으로 참여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이런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이득을 수출기업들이 봤고 그 부담을 국민들이 안아야 한다면 적정한 투입규모에 대한 분석과 책임 문제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고위경제정책결정권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는 야당과의 논쟁이 아니다. 예산이 폭증하고 있는 정부사업의 내용이다. 경제난 때문에 국민들의 병의원 이용이 줄어들었다는 데도 국민의료비가 폭증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정부의 지역가입자 지원과 의료급여 지원액 등이 1조원 이상이나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에 2005년도만 8000억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국민세금으로 메울 것인가. 실업예산에 매년 수조원을 투입하면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업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한푼의 세금이라도 제대로 쓰도록 적절한 대책을 세워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노력이 없는 정부당국자들의 발언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것이다. 복지국가의 틀을 갖춘 OECD국가의 국가부채와 비교해서 아직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는 국민들의 반발만 불러올 것이다.
이태복 한서대 교수·전 복지부장관
경제당국은 지난 2년간 증가한 국가부채 69조 5000억원은 DJ정부 시절에 결정한 공적자금 투입 손실분 29조원과 환율안정을 위한 32조원이고 순수한 정부살림을 위한 부채는 5조 5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이니만큼 내용은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런 공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사는 편치 않다. 시중에는 야당의 비판보다 훨씬 심한 우려가 나돌고 있지 않은가.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무엇보다 왜 국민들이 국가부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지 그 심정부터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국민들의 우려를 진정 이해했다면, 일단 국민들에게 나라살림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국가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이다.
매년 국민들의 세금부담이 늘어나고 국가예산도 확대되고 있는데 국민생활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이판에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 남 탓만 하고 있다면 국민들은 전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참여정부가 국민의 정부의 내수진작책 때문에 지금까지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일은행이나 외환은행, 동아, 기아 등 기업의 부도처리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은 누누이 있어 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정부에 들어와서 폭증한 국가부채 탓을 전 정권에만 돌리는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 DJ정부 시절 제일·외환은행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탈세 등의 규정을 바로잡아 세금으로 환수할 수 있는 데도 최선을 다했는지 의심스럽다. 또 DJ정부 시절 경제부처의 주요보직에 있던 인사들이 대부분 참여정부에 들어와서도 정책결정의 자리에 있는데 전 정권 탓만 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32조원에 달하는 환율안정자금 투입문제는 전적으로 참여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이다. 이런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이득을 수출기업들이 봤고 그 부담을 국민들이 안아야 한다면 적정한 투입규모에 대한 분석과 책임 문제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나라살림을 맡고 있는 고위경제정책결정권자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는 야당과의 논쟁이 아니다. 예산이 폭증하고 있는 정부사업의 내용이다. 경제난 때문에 국민들의 병의원 이용이 줄어들었다는 데도 국민의료비가 폭증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정부의 지역가입자 지원과 의료급여 지원액 등이 1조원 이상이나 증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금에 2005년도만 8000억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국민세금으로 메울 것인가. 실업예산에 매년 수조원을 투입하면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업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 한푼의 세금이라도 제대로 쓰도록 적절한 대책을 세워 온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노력이 없는 정부당국자들의 발언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것이다. 복지국가의 틀을 갖춘 OECD국가의 국가부채와 비교해서 아직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는 국민들의 반발만 불러올 것이다.
이태복 한서대 교수·전 복지부장관
2005-09-2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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