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헷갈리는 신도시와 뉴타운/류찬희 산업부 차장

[데스크시각] 헷갈리는 신도시와 뉴타운/류찬희 산업부 차장

입력 2005-09-07 00:00
수정 2005-09-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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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은 요즘 정부가 소나기처럼 쏟아내는 각종 부동산 정책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직전이다.

정부는 분명 서민들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했는데 정작 서민들은 관심 밖이다. 뭐가 뭔지 헷갈린다. 당장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다. 장밋빛 정책이 오히려 투기만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불만으로 꽉 차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신도시와 뉴타운 정책이다.

정부와 여당은 ‘8·31대책’을 마련하면서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미리 애드벌룬을 띄웠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본 결과 대책의 핵심은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과세 강화와 송파 신도시 건설 계획으로 모아졌다.

특히 송파 신도시는 서민들의 내집마련과 강남 대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대책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대책이 발표되기 며칠 전 서울시는 송파 신도시와 길 하나 건너에 있는 거여·마천동 일대를 뉴타운 후보지로 지정했다.

두 정책의 공통점은 많다. 집값 안정과 도시개발이라는 점에서 일단 메뉴가 같다. 길 하나를 마주하고 같은 지역에 있으며 결과물이 대규모 아파트 건설이라는 점도 다르지 않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주택 공급 확대로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앞당기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지향점이 일치한다.

도시를 체계적으로 개발한다는 것도 매한가지다. 성공할 경우 서울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서민들로부터 타당성 있는 정책이라며 적극 환영받고 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발표했다가 큰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정책이 발표되면 주변에 투기꾼이 활개치고 투기자금이 춤을 추면서 주변 부동산값을 폭등시키는 등 엄청난 부작용을 여러 차례 경험한 바 있다.

송파 신도시나 뉴타운 정책 모두 발표 이후 시장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것은 정부나 서울시 모두 잘 알고 있었을 터인데 대책 마련에는 뒷전이고 정책 발표에만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울시는 정부가 8·31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달 전에 발표 시기를 못박았기 때문이다. 내용도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궁극적으로 서울시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공급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읽었어야 했고, 바람직한 대책을 놓고 정부와 상시 채널을 유지해야 했다. 정부도 서울시가 뉴타운 후보지를 추가 발표한다는 것을 이미 읽고 있었으므로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했고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경고 신호를 줬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와 서울시는 같은 지역에서 같은 목적의 정책을 펴면서 머리를 맞댄 흔적이라곤 눈을 씻고 보아도 찾아볼 수 없다. 시민들에게 같은 국밥 메뉴를 내놓으면서 밥상을 제각각 차렸다는 것도 유감스럽게 닮은꼴이다.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와 서울시가 그 흔한 정책 회의 한번 제대로 열지 않고 서로 소가 닭 보듯 하다가 뒤늦게 이런저런 대책을 끌어들이는 등 호들갑을 떠는 것도 과거와 다름없다.

정부와 서울시가 주택정책을 공조하지 못하고 제각각 놀 수밖에 없는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설마 집권 여당과 정부, 서울시장이 정치적 경쟁관계에 있는 입장이라서 머리를 맞댈 수 없다고는 믿지 않는다.

강북 광역 공공개발과 강남 재건축 추진 등은 정부와 서울시가 생각하는 간격이 더 크다. 추진 방법·시기 등만 다를 뿐 최종 도착지는 같다.‘딴죽’걸기나 ‘따로국밥’으로 힘을 빼기보다는 협력과 타협의 정책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최근 정치권은 온통 ‘연정(聯政)’에 관심이 쏠려있는데 잘 안되는 모양이다. 거창한 연정을 떠들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시민들이 헷갈리지 않고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이 되도록 정부와 서울시가 힘을 합치는 ‘작은 연정’이라도 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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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산업부 차장 chani@seoul.co.kr
2005-09-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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