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무공해 인간/육철수 논설위원

[길섶에서] 무공해 인간/육철수 논설위원

육철수 기자
입력 2005-09-03 00:00
수정 2005-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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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죽었냐 살았냐? 전화 좀 받아라, 전화….”

휴대전화가 망가져서 보름쯤 안 갖고 다녔더니 평소엔 깜깜무소식이던 친구녀석들조차 죄인 다루듯 몰아세운다. 나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는데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며칠째 연결이 안 돼 별별 생각을 다 했다니 ‘휴대전화 미소지 죄’ 또한 가볍지 않은 게 요즘 세상이다.

늘 예측 가능한 곳에 있다 보니 휴대전화가 가끔 거추장스럽다. 기껏해야 전화 걸고 받고, 메시지 보내는 기능밖에 모르는 처지에 하루에 서너 통 받으려고 항상 갖고 다니는 건 낭비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주변에 널려 있는 게 휴대전화다. 그래도 아주 급할 때 안면몰수하고 한 통 빌려쓰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한번은 가까운 선배한테 사정을 얘기하고 휴대전화를 빌려썼다. 그랬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나더러 ‘무공해 인간’이란다. 핀잔인지 칭찬인지 아리송했지만 서로 한바탕 웃고 넘어갔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전화 인심이 좋은 게 천만다행이다.

휴대전화가 현대인의 필수품이고, 없으면 곧 죽을 것 같지만 훌훌 털어버리면 불편함도 잠시다.‘전화 공해’에서 벗어나 꼭꼭 숨는 재미도 좀 있어야지….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2005-09-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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