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깨고 영변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한 전력이 있다. 그렇다고 NPT회원국이 가지는 평화적 핵이용권마저 박탈하려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NPT밖의 인도는 물론 근래 들어 핵문제로 말썽을 피우는 이란에 평화적 핵이용권을 인정했다. 북한에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상황이다. 이달초 휴회된 6자회담에서 미국은 한국·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여 NPT복귀를 전제로 북한이 NPT가입국의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명시하는 데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타결의 실마리는 만들어 놓았다.
6자회담 휴회기간 북·미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자세를 보이면 이달말 속개되는 회의에 기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가 오히려 완고해지는 느낌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언급을 거듭하고 있다. 압박전략이 지나치면 대화 분위기가 깨진다. 북핵이 풀리려면 미국이 좀 더 유연해져야 한다.
북·미 사이에서 한국은 중재자가 될 수밖에 없다. 중재자는 어느 편을 든다는 인상을 주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한·미간에 이견이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적절치 못했다. 대미 설득은 언론플레이로 될 일이 아니다. 야당에서는 국내정치용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 평화적 핵이용권 인정을 너무 강조하면 북한이 나중에 경수로 지원을 계속하도록 요구하는 빌미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