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켜기가 겁난다. 며칠전 KBS 드라마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영돼 큰 물의를 빚더니 지난 토요일 낮에는 MBC의 생방송 가요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둘이 바지를 벗어내리고 무대를 휘젓는 일이 벌어졌다. 이래서야 어찌 가족이 둘러앉아 마음 편히 TV를 보겠는가.
생방송 중인 쇼 프로에서 출연자가 고의로 하체를 노출한 짓은 세계 방송사상 유례가 없다시피한 일이다. 따라서 방송 관계자 누구라도 미처 예상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이번 사고의 궁극적인 책임이 MBC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친 팀은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이다.MBC는 대중음악평론가 등의 추천을 받아 출연팀을 선정했다고 해명하지만 그 그룹이 지상파 방송에 적합한지는 제작진이 최종 결정했어야 했다. 또 출연시키기로 한 다음에는 방송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범을 가르쳤어야 했다. 그런데 사고후 나온 발언들을 종합하면 이같은 사전관리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고가 난 뒤 화면을 즉시 바꾸지 못하고 노출 장면을 수초간 방영한 것 또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아 마땅한 부분이다.
MBC는 어제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제작 관계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키로 하는 한편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발빠르게 수습에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MBC는 이번 일을 계기로 생방송에 따른 돌발사고 발생 가능성을 제로화하는 정교한 제작 매뉴얼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방송사에도 해당되는 주문이다.
2005-08-01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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