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수년 동안 진행된 한국의 민주화는 한국의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이 변화로 인하여 한국은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산고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새로운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은 외교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한국정부의 정통성이 한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에 의하여 인정받는 구조였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미국의 이익과 충돌하는 독자적인 외교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다. 또 한국 국민의 안전을 한국 정부가 한국군을 통하여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을 통하여 보장하였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외교 안보 정책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한국외교는 자연스럽게 미국 추종적인 외교패턴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한국정부의 정통성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국민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여 부여하고 있다. 또 한국의 생존을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우리 스스로가 경제 및 안보 면에서 상당한 국력을 갖게 되었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근접하고 있고, 군사력도 미국으로부터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추진하라는 압력을 받을 정도로 강해졌다. 따라서 이제는 외교 안보 사안에서 사사건건 미국의 눈치를 보는 대미 추종형 외교에서 탈피하여 보다 정상적인 주권국가의 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또 그러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문제는 한국 외교당국이 이러한 외교의 변화 방향을 제대로 읽어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외교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가에 있다. 현재로서는 노무현 정부 외교 당국의 노력은 반쪽의 성공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 당국은 민주화 이후 국민의 요구에 보다 주권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국내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인력으로 매일매일 업무를 따라가기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대내 업무를 개혁하고자 한 노력은 나름대로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혁의 방향이 너무 내부지향적이었다는 것이다. 즉 어떻게 국민들에게 외교를 잘 설명하고, 설득하고, 또 이해를 구하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투명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이러한 대내적인 노력과 국내적인 이해대립의 조정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대외적 외교 시스템 개혁과 함께하는 노력이어야 한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외교당국이 상대국을 움직이는 것이고 또 그러한 외교가 성공적이면 국내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상당히 쉬워진다.
대미외교를 예로 들자면 대미외교 시스템의 핵심은 한국의 정책을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외교 시스템 구축이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과적인 외교 시스템이란 바로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을 움직이는 외교시스템이다. 미국 국민의 여론, 미국의 한국전문가의 여론, 오피니언 리더들의 여론, 의회에서의 여론, 행정부에서의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외교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반된 여론의 대립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는 전략이 수립되고 이를 실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을 포함한 모든 민주주의 정부는 여론에 민감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미국 행정부만을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하려 하여도 행정부가 여론에 반하여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미외교를 보면 이러한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떻게 우리의 정부 및 민간자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결여되어 있었다.
우리의 대미 외교 대상은 한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국민이며 이들의 마음과 이해관계를 움직이는 것이 우리 외교의 목표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미국, 일본 등의 여론을 움직이는 전방위 대외 외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ㆍ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이러한 이유로 과거 한국외교는 자연스럽게 미국 추종적인 외교패턴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한국정부의 정통성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 국민이 민주적인 선거를 통하여 부여하고 있다. 또 한국의 생존을 거의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우리 스스로가 경제 및 안보 면에서 상당한 국력을 갖게 되었다. 경제력은 세계 10위권에 근접하고 있고, 군사력도 미국으로부터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추진하라는 압력을 받을 정도로 강해졌다. 따라서 이제는 외교 안보 사안에서 사사건건 미국의 눈치를 보는 대미 추종형 외교에서 탈피하여 보다 정상적인 주권국가의 외교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또 그러한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문제는 한국 외교당국이 이러한 외교의 변화 방향을 제대로 읽어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외교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가에 있다. 현재로서는 노무현 정부 외교 당국의 노력은 반쪽의 성공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 당국은 민주화 이후 국민의 요구에 보다 주권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국내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인력으로 매일매일 업무를 따라가기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대내 업무를 개혁하고자 한 노력은 나름대로 평가를 하고 싶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혁의 방향이 너무 내부지향적이었다는 것이다. 즉 어떻게 국민들에게 외교를 잘 설명하고, 설득하고, 또 이해를 구하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물론 투명하고 다원화된 사회에서 이러한 대내적인 노력과 국내적인 이해대립의 조정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대외적 외교 시스템 개혁과 함께하는 노력이어야 한다. 정작 국민이 원하는 것은 외교당국이 상대국을 움직이는 것이고 또 그러한 외교가 성공적이면 국내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은 상당히 쉬워진다.
대미외교를 예로 들자면 대미외교 시스템의 핵심은 한국의 정책을 미국에서 효과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미국에서의 외교 시스템 구축이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효과적인 외교 시스템이란 바로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을 움직이는 외교시스템이다. 미국 국민의 여론, 미국의 한국전문가의 여론, 오피니언 리더들의 여론, 의회에서의 여론, 행정부에서의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외교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반된 여론의 대립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는 전략이 수립되고 이를 실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미국을 포함한 모든 민주주의 정부는 여론에 민감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미국 행정부만을 상대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하려 하여도 행정부가 여론에 반하여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미외교를 보면 이러한 미국의 여론을 움직이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었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떻게 우리의 정부 및 민간자원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결여되어 있었다.
우리의 대미 외교 대상은 한국 국민이 아니라 미국국민이며 이들의 마음과 이해관계를 움직이는 것이 우리 외교의 목표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으로 미국, 일본 등의 여론을 움직이는 전방위 대외 외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ㆍ미래전략연구원 원장
2005-06-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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