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6·15 통일대축전에 참가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지난 14일 북측이 마련한 만찬회 석상에서 북한영화 주제가를 부른 사실이 공개됐다.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기려 남북간 화합을 다지자고 만난 자리에서 북한 인기가요를 불러 흥을 돋우겠다는 데 시비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그 노래가 과연 우리쪽 인사가 부르기에 적합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유 청장이 부른 노래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로, 이 영화는 6·25전쟁 중 북한 첩보원들의 활약상을 강조한 시리즈물이라고 한다. 전쟁에는 적이 있기 마련이고 6·25에서 북한 인민군의 적은 국군 및 미군을 비롯한 유엔참전국 군대이다. 따라서 국군 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랑하는 북한영화의 주제가를 ‘적국’ 출신 정부대표단의 한 사람이 부른 것이다. 이 얼마나 해괴한 짓인가.
그렇다고 우리는 유 청장의 노래에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민족의 문화유산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앞장서 온 그는 북한 방문이 거의 불가능하던 1990년대 말 한달동안 북한을 돌며 문화유산을 답사한 적이 있다. 이날도 만찬 테이블에 동석한 북측 인사들과 당시 체험을 이야기하던 끝에 영화 주제가를 떠올렸고, 그들의 권유에 못 이겨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지 유 청장이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던 것이다.
남북이 화합·공조해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은 남·북 모두에 주어진 민족의 과제이다. 그 과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번번이 북쪽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크게 나무랄 것은 없다. 다만 모든 일에는 금도가 있는 법이다. 많은 이들에게 6·25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일부 인사들의 분별력 없는 행동이 남북관계를 저해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2005-06-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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